분배확인 방북을 계기로 본 분단의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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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1-10-19 12:47 조회1,964회 댓글0건본문
<칼럼> 김이경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사무총장
2011년 10월 19일 (수) 12:06:25 김이경 tongil@tongilnews.com
김이경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사무총장)
10월 13일부터 14일까지 이틀간 신의주를 방문하였다.
방북 목적은 ‘밀가루 지원에 대한 분배 확인을 위한 현장 방문!’
흔히들 말하는 ‘모니터링’ 방북은 참으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우리 국민들은 인도적 지원을 했으면 분배 현장에 가서 후원자들이 보낸 물품이 실제로 북한의 대상 주민들에게 전달되었는지 확인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북한뿐만 아니라 세계 그 어느 나라도 해당 정부 혹은 정부 관리들이 인도지원물자를 주민들에게 전달하지 않고 다른데 빼돌리지 않았는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으므로, 피차 오해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현장 확인은 필수라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북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북의 입장에서 북한 지원사업에 동참하는 국제구호단체 들이 철저한 분배 현장 검증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며, 그 단체 인사들의 지원물자 분배 현장 검증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 그러나 남쪽 지원단체들의 대북지원에 대해서는 이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북은 국제구호단체들의 지원과 남쪽의 지원은 질을 달리하는 문제라고 본다. 즉 남쪽 지원단체들의 인도지원은 국제구호단체들의 일반적인 국제구호활동과는 달리 ‘동족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는 통일애국적 활동’이며, 국제구호단체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뜨거운 동포애적 정으로 남쪽의 대표단을 맞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현장에 분배 정형을 감시하러 방문한 것이 아니라 신뢰에 기초하여 북과 협력 혹은 통일하기 위해서 분단을 넘어 온 ‘한 형제’, ‘한 겨레’라는 뜨거운 감동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북의 모든 주민의 마음에서 그런 정이 느껴질 수 있도록 방북일정에서 북은 남쪽 대표단에게 극진한 예우를 다하곤 한다. 자신들의 어려움을 동포애적 견지에서 도와주었다는 것, 그것이 바로 통일 실천이며, 온갖 어려움을 무릅쓰고 어려움을 함께 해준 분들에 대하여 ‘우리는 하나’라는 뜨거운 정을 표현하는 것이 남쪽 대표단을 맞이하는 북 주민들의 한결같은 심성이다.
그런 분들을 앞에 두고, 우리가 보내준 밀가루를 확인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얼굴이 뜨거울 정도로 민망한 일이다. 더구나 100톤 정도의 밀가루를 보내준 것에 대해 세 군데 이상의 분배 확인을 해야 하니, 이쯤 되면 북에서는 얼굴이 벌개지기 마련이다. 남쪽 후원자들의 정서를 생각해서 한두 군데 밀가루 분배 정형을 확인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왜 꼭 세 군데 이상을 돌아보아야 하는지를 설명하기가 무척 난감하다. 기껏 논리를 세워 국제구호단체들과는 달리 왜 남쪽의 민간단체에 대해서 그리 빡빡해야 하는지를 항의하기 무섭게 외국사람과 동족이 같으냐는 반론을 받는다. 그래도 나는 남쪽의 후원자들 중 많은 분들이 동포애적 정을 갈라서 보지 않고 아프리카 빈곤층을 지원하는 똑같은 기준으로 대북지원을 하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하면 북은 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북한 주민들은 그렇지 않은데 남쪽 사람들은 그저 외국 지원과 같은 심정으로 인도적 대북지원을 한다는 말자체가 무슨 뜻인지를 알아듣기 힘들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남쪽 후원자들의 마음을 생각하여 적어도 세 곳은 돌아보아야 한다는 것을 강력히 역설하고 옥신각신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당신들을 못 믿어서가 아니라, 그저 형식이라고 할지라도 일반적 인도적 지원에 대해서 그 정도의 확인은 보편적으로 꼭 필요하다’고 우길 수밖에 없는 우리 자신을 느낄 때 남과 북의 당장은 메울 수 없는 정서의 차이를 느끼게 되고 ‘인도주의’를 두고서 이런 갈등이 발생하는 분단의 현주소가 다시 상기된다. ‘서로 기분 좋아야 할 인도지원’이 왜 이렇게 되었는지... 우리의 우김에서도 힘이 빠지고, 문득 ‘인도주의자’임을 그만두고 싶은 심정까지 들면서 서로 만족할 수 있는 모니터링을 도출할 수 있는 철학적 근거를 합의할 수 있는 그 날이 언제일까를 그려보게 된다.
이런 양면성에 대한 고충이 고민을 넘어 고통으로까지 극대화 되었던 곳이 ‘신의주시본부유치원’ 방문이었다. 신의주시본부유치원의 김옥선 원장은 한마디로 대단한 분이었다. 아마도 북쪽 사회의 표현대로라면 ‘영웅’이라고 할만한 분이 아닐까? 30년 넘게 그곳에서 근무한 본부유치원 3대 원장님이었는데, 평양에 있는 유치원 부럽지 않게 자랑스런 유치원으로 만들었다는 긍지와 포부 그리고 열정이 차고 넘치던 그 눈동자만 들여다보아도, 존경심이 저절로 들 정도로 우리 모두를 압도하였다. 유치원을 방문한 남쪽의 통일인사들에게 본부유치원에 대해 자랑할게 너무 많아 숨이 깜빡깜빡 넘어가시는 분, 그중에서도 유치원의 자랑으로 단연 통일문제에 공적이 있는 유치원 출신 인사들의 사진을 일일이 보여주며 통일의 한길에 열심히 살자는 말을 사이사이 잊지 않던 분.
그 원장님의 안내를 받으며 지켜본 아이들의 환영공연은 평양 학생소년궁전에서 본 공연 저리가라고 할 정도로 앙증맞고 감동스러운 장면이었다. 원장님은 그 중의 한 아이를 가리키며 “저 아이의 집은 평양인데 신의주시본부유치원에 오려고 할아버지 집에 와서 유치원을 다닌다”는 자랑도 빼놓지 않았다. 평양에서도 오고 싶어하는 신의주본부 유치원이라니... 얼마나 자랑스러우실까! 우리를 더 감동시킨 공연은 아이들의 공연 후반부에 보여준 유치원 선생님들의 합동노래공연이였다. 선생님들도 울면서 노래하였고, 그 노래를 듣는 우리들도 전원 꺼이꺼이 울었다. 가까운 북을 중국을 돌아서 말도 안 통하는 중국 세관원들의 온갖 까탈을 감당하며 와야 했던 우리들의 분단 현실이 비감해서 울었고, 북쪽 분들의 밀가루 분배 정형 확인자로서의 남쪽 손님들이 아닌 통일운동을 대표해서 와준 분들로 믿고 환대하는 따뜻하고 열렬한 환대가 송구스러워 울었다.
자신들의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온갖 이악을 다 한다는 느낌! 아이들은 우리들 손을 경쟁적으로 잡기 위해 아우성을 쳤고, 한번 잡은 손은 놓지 않으려고 매달렸다. 그 누가 시켜서 이렇게 할 수는 없다. 그 조그만 아이들은 남쪽의 통일운동가들에게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모든 힘을 다 발휘하느라 온갖 재롱을 떨었다. 무릎에 앉겠다고 난리치는 아이, 출발하는 차를 따라오며 손을 흔드는 아이... 제 부모와 떨어진데도 저렇게 정을 표현할까? 아이들은 절절한 마음으로 온갖 정성을 다하여 나름대로의 통일운동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운동’이라는 단어조차 그 목적의식성의 딱딱하고 인위적인 것을 연상하지만 그 아이들에게 ‘통일’이란 ‘내나라 내가정’을 지키는 일이며, 내 부모를 사랑하듯이, 이모, 삼촌들을 대하듯이 아무 사심도 없이 그 맑은 눈으로 우리를 바라보는 것이었다.
그 순간 우리가 보내준 밀가루를 확인해야 한다는 말을 하기가 얼마나 고통스러웠던지...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 누가 이 말을 들으면 우리가 보내준 것을 확인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냐고 할 것이다. 그러나 그 아이들 그 선생님들의 표정에서 무한한 신뢰와 정을 송구스럽게 느끼면서 굳이 눈으로 밀가루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할 때, 나는 그 순간 분단의 고통이 가슴속으로 감당할 수 없이 밀려드는 듯 했다.
남쪽에서는 남북정상회담의 가능성에 대해 여러 가지 설이 분분하다. 정상회담 같은 거대담론이 아니더라도 남북관계 발전에 대한 염원은 무척 강하다. 그러나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현장에서 느껴지는 ‘불신의 분위기’ 이런 것들이 남북 사이의 신뢰를 가로막고, 더 나아갈 수 있는 남북관계를 정체시키는 것은 아닐까? 대북 인도적 지원이 남북화해의 전령사라고들 하는데 이렇게 분위기를 어렵게 하는 현장방문이라면 차라리 하지 않은 것만 못한 것은 아닐까? 분배투명성 확인을 위한 현장 방문이 세 곳이면 되고 두 곳이면 안 되고... 밀가루 지원 지역이 평양이면 안 되고, 같은 지역을 여러 단체가 중복하여 지원하면 되느니 안 되느니... 이런 지엽적인 문제들이 남북 사람들 사이의 마음에 자꾸 상처를 키우는 일이 아닐까?
나는 어쩔 수 없는 남측 인도지원단체 실무책임자이다. 북의 영유아를 위한 밀가루나마 정성스레 보내주면서, ‘인도주의적 국제주의적 제 원칙’과 ‘통일실천’ 사이에서 갈팡질팡해야 하는, ‘분단’을 살아가는 ‘인도주의자’여야 한다는 것이 한없이 서글퍼지는 방북이었다.
김이경 (겨레하나 사무총장)
전 통일연대 사무처장
전 통일연대 자주교류위원장
전 민주주의 민족통일전국연합 민주민권위원장
전 민주주의 민족통일전국연합 통일위원장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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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0월 19일 (수) 12:06:25 김이경 tongil@tongilnews.com
김이경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사무총장)
10월 13일부터 14일까지 이틀간 신의주를 방문하였다.
방북 목적은 ‘밀가루 지원에 대한 분배 확인을 위한 현장 방문!’
흔히들 말하는 ‘모니터링’ 방북은 참으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우리 국민들은 인도적 지원을 했으면 분배 현장에 가서 후원자들이 보낸 물품이 실제로 북한의 대상 주민들에게 전달되었는지 확인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북한뿐만 아니라 세계 그 어느 나라도 해당 정부 혹은 정부 관리들이 인도지원물자를 주민들에게 전달하지 않고 다른데 빼돌리지 않았는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으므로, 피차 오해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현장 확인은 필수라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북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북의 입장에서 북한 지원사업에 동참하는 국제구호단체 들이 철저한 분배 현장 검증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며, 그 단체 인사들의 지원물자 분배 현장 검증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 그러나 남쪽 지원단체들의 대북지원에 대해서는 이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북은 국제구호단체들의 지원과 남쪽의 지원은 질을 달리하는 문제라고 본다. 즉 남쪽 지원단체들의 인도지원은 국제구호단체들의 일반적인 국제구호활동과는 달리 ‘동족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는 통일애국적 활동’이며, 국제구호단체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뜨거운 동포애적 정으로 남쪽의 대표단을 맞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현장에 분배 정형을 감시하러 방문한 것이 아니라 신뢰에 기초하여 북과 협력 혹은 통일하기 위해서 분단을 넘어 온 ‘한 형제’, ‘한 겨레’라는 뜨거운 감동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북의 모든 주민의 마음에서 그런 정이 느껴질 수 있도록 방북일정에서 북은 남쪽 대표단에게 극진한 예우를 다하곤 한다. 자신들의 어려움을 동포애적 견지에서 도와주었다는 것, 그것이 바로 통일 실천이며, 온갖 어려움을 무릅쓰고 어려움을 함께 해준 분들에 대하여 ‘우리는 하나’라는 뜨거운 정을 표현하는 것이 남쪽 대표단을 맞이하는 북 주민들의 한결같은 심성이다.
그런 분들을 앞에 두고, 우리가 보내준 밀가루를 확인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얼굴이 뜨거울 정도로 민망한 일이다. 더구나 100톤 정도의 밀가루를 보내준 것에 대해 세 군데 이상의 분배 확인을 해야 하니, 이쯤 되면 북에서는 얼굴이 벌개지기 마련이다. 남쪽 후원자들의 정서를 생각해서 한두 군데 밀가루 분배 정형을 확인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왜 꼭 세 군데 이상을 돌아보아야 하는지를 설명하기가 무척 난감하다. 기껏 논리를 세워 국제구호단체들과는 달리 왜 남쪽의 민간단체에 대해서 그리 빡빡해야 하는지를 항의하기 무섭게 외국사람과 동족이 같으냐는 반론을 받는다. 그래도 나는 남쪽의 후원자들 중 많은 분들이 동포애적 정을 갈라서 보지 않고 아프리카 빈곤층을 지원하는 똑같은 기준으로 대북지원을 하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하면 북은 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북한 주민들은 그렇지 않은데 남쪽 사람들은 그저 외국 지원과 같은 심정으로 인도적 대북지원을 한다는 말자체가 무슨 뜻인지를 알아듣기 힘들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남쪽 후원자들의 마음을 생각하여 적어도 세 곳은 돌아보아야 한다는 것을 강력히 역설하고 옥신각신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당신들을 못 믿어서가 아니라, 그저 형식이라고 할지라도 일반적 인도적 지원에 대해서 그 정도의 확인은 보편적으로 꼭 필요하다’고 우길 수밖에 없는 우리 자신을 느낄 때 남과 북의 당장은 메울 수 없는 정서의 차이를 느끼게 되고 ‘인도주의’를 두고서 이런 갈등이 발생하는 분단의 현주소가 다시 상기된다. ‘서로 기분 좋아야 할 인도지원’이 왜 이렇게 되었는지... 우리의 우김에서도 힘이 빠지고, 문득 ‘인도주의자’임을 그만두고 싶은 심정까지 들면서 서로 만족할 수 있는 모니터링을 도출할 수 있는 철학적 근거를 합의할 수 있는 그 날이 언제일까를 그려보게 된다.
이런 양면성에 대한 고충이 고민을 넘어 고통으로까지 극대화 되었던 곳이 ‘신의주시본부유치원’ 방문이었다. 신의주시본부유치원의 김옥선 원장은 한마디로 대단한 분이었다. 아마도 북쪽 사회의 표현대로라면 ‘영웅’이라고 할만한 분이 아닐까? 30년 넘게 그곳에서 근무한 본부유치원 3대 원장님이었는데, 평양에 있는 유치원 부럽지 않게 자랑스런 유치원으로 만들었다는 긍지와 포부 그리고 열정이 차고 넘치던 그 눈동자만 들여다보아도, 존경심이 저절로 들 정도로 우리 모두를 압도하였다. 유치원을 방문한 남쪽의 통일인사들에게 본부유치원에 대해 자랑할게 너무 많아 숨이 깜빡깜빡 넘어가시는 분, 그중에서도 유치원의 자랑으로 단연 통일문제에 공적이 있는 유치원 출신 인사들의 사진을 일일이 보여주며 통일의 한길에 열심히 살자는 말을 사이사이 잊지 않던 분.
그 원장님의 안내를 받으며 지켜본 아이들의 환영공연은 평양 학생소년궁전에서 본 공연 저리가라고 할 정도로 앙증맞고 감동스러운 장면이었다. 원장님은 그 중의 한 아이를 가리키며 “저 아이의 집은 평양인데 신의주시본부유치원에 오려고 할아버지 집에 와서 유치원을 다닌다”는 자랑도 빼놓지 않았다. 평양에서도 오고 싶어하는 신의주본부 유치원이라니... 얼마나 자랑스러우실까! 우리를 더 감동시킨 공연은 아이들의 공연 후반부에 보여준 유치원 선생님들의 합동노래공연이였다. 선생님들도 울면서 노래하였고, 그 노래를 듣는 우리들도 전원 꺼이꺼이 울었다. 가까운 북을 중국을 돌아서 말도 안 통하는 중국 세관원들의 온갖 까탈을 감당하며 와야 했던 우리들의 분단 현실이 비감해서 울었고, 북쪽 분들의 밀가루 분배 정형 확인자로서의 남쪽 손님들이 아닌 통일운동을 대표해서 와준 분들로 믿고 환대하는 따뜻하고 열렬한 환대가 송구스러워 울었다.
자신들의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온갖 이악을 다 한다는 느낌! 아이들은 우리들 손을 경쟁적으로 잡기 위해 아우성을 쳤고, 한번 잡은 손은 놓지 않으려고 매달렸다. 그 누가 시켜서 이렇게 할 수는 없다. 그 조그만 아이들은 남쪽의 통일운동가들에게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모든 힘을 다 발휘하느라 온갖 재롱을 떨었다. 무릎에 앉겠다고 난리치는 아이, 출발하는 차를 따라오며 손을 흔드는 아이... 제 부모와 떨어진데도 저렇게 정을 표현할까? 아이들은 절절한 마음으로 온갖 정성을 다하여 나름대로의 통일운동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운동’이라는 단어조차 그 목적의식성의 딱딱하고 인위적인 것을 연상하지만 그 아이들에게 ‘통일’이란 ‘내나라 내가정’을 지키는 일이며, 내 부모를 사랑하듯이, 이모, 삼촌들을 대하듯이 아무 사심도 없이 그 맑은 눈으로 우리를 바라보는 것이었다.
그 순간 우리가 보내준 밀가루를 확인해야 한다는 말을 하기가 얼마나 고통스러웠던지...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 누가 이 말을 들으면 우리가 보내준 것을 확인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냐고 할 것이다. 그러나 그 아이들 그 선생님들의 표정에서 무한한 신뢰와 정을 송구스럽게 느끼면서 굳이 눈으로 밀가루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할 때, 나는 그 순간 분단의 고통이 가슴속으로 감당할 수 없이 밀려드는 듯 했다.
남쪽에서는 남북정상회담의 가능성에 대해 여러 가지 설이 분분하다. 정상회담 같은 거대담론이 아니더라도 남북관계 발전에 대한 염원은 무척 강하다. 그러나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현장에서 느껴지는 ‘불신의 분위기’ 이런 것들이 남북 사이의 신뢰를 가로막고, 더 나아갈 수 있는 남북관계를 정체시키는 것은 아닐까? 대북 인도적 지원이 남북화해의 전령사라고들 하는데 이렇게 분위기를 어렵게 하는 현장방문이라면 차라리 하지 않은 것만 못한 것은 아닐까? 분배투명성 확인을 위한 현장 방문이 세 곳이면 되고 두 곳이면 안 되고... 밀가루 지원 지역이 평양이면 안 되고, 같은 지역을 여러 단체가 중복하여 지원하면 되느니 안 되느니... 이런 지엽적인 문제들이 남북 사람들 사이의 마음에 자꾸 상처를 키우는 일이 아닐까?
나는 어쩔 수 없는 남측 인도지원단체 실무책임자이다. 북의 영유아를 위한 밀가루나마 정성스레 보내주면서, ‘인도주의적 국제주의적 제 원칙’과 ‘통일실천’ 사이에서 갈팡질팡해야 하는, ‘분단’을 살아가는 ‘인도주의자’여야 한다는 것이 한없이 서글퍼지는 방북이었다.
김이경 (겨레하나 사무총장)
전 통일연대 사무처장
전 통일연대 자주교류위원장
전 민주주의 민족통일전국연합 민주민권위원장
전 민주주의 민족통일전국연합 통일위원장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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