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정말 성공하려면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3-09-17 09:56 조회2,335회 댓글0건본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정말 성공하려면
<칼럼> 김근식 경남대 교수
2013년 09월 16일 (월) 00:21:44 김근식 tongil@tongilnews.com
김근식(경남대 교수, 정치학)
개성공단 회담이 타결되고 남북관계에 훈풍이 부는 즈음에 통일부는 박근혜 정부의 이른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대한 설명책자를 발간했다. 여전히 애매하고 불충분한 대목이 있지만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남북간 신뢰를 형성함으로써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고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고 통일의 기반을 구축’한다는 설명은 그 자체로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내용이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개념과 목표 및 추진원칙과 추진기조 등도 큰 틀에서 그리 흠잡을 수 없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항상 그렇듯이 정부의 대북정책 설명은 좋고 바람직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고 추진방향과 추진과제 등도 우리가 희망하고 원하는 로드맵을 그려놓고 있다. 심지어 이명박 정부의 ‘상생과 공영의 대북정책’도 설명책자로는 충분히 기대할 만한 것이었다.
문제는 책자에 설명된 내용과 과제를 실천해가는 과정에서 정부가 견지하고 있는 접근방법이다. 이명박 정부는 희망적인 남북관계 미래를 만들기 위해 ‘선 북한변화론’의 접근방법을 고수했고 그것도 북의 근본적인 변화를 관계개선의 전제로 자리매김하는 바람에 어떤 경우에도 남북대화는 성과를 내지 못했고 결국은 관계 파탄과 최악의 안보위기로 귀결되고 말았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따라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책자에 설명된 대로 제대로 잘 작동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박근혜 정부의 대북 접근방법이 성패의 관건이 될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 시절 밝혔던 신뢰와 균형의 접근방법을 아직은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기의 대북정책이 지나치게 북에 끌려갔다고 보고 동시에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지나치게 북에 강경일변도로 대했다고 평가하면서 안보와 교류협력의 ‘균형’(alignment)을 통해 그리고 합의 이행을 통해 ‘신뢰’를 축적(trust politik)하겠다는 접근방법으로 설명된다. 북에 대한 원칙을 지키되 신뢰형성의 끈은 놓지 않는다는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
그러나 원칙을 견지하면서 남북간 신뢰를 쌓아가겠다는 접근방법은 화해협력의 대북정책과 대북강경의 대북정책이 모두 가능한 사실상 애매한 접근일 수 있다. 대북 원칙 고수에 경도될 경우 강경기조로 흐르고 신뢰 형성에 경도될 경우는 유화기조로 흐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은 매개 국면에서 정부의 선택과 결정 여하에 따라 대북 접근이 강경으로 치닫기도 하고 화해협력으로 진전되기도 한다. 최근 6개월의 남북관계에서도 박근혜 정부의 대북접근은 그런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한반도 긴장고조 국면에서도 대북 대화를 제의하거나 개성공단 합의과정에서 남과 북을 공동주체로 한 재발방지 표현을 수용한 점 등은 남북간 신뢰축적을 위한 유연한 접근의 결정이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대북 대화를 제의해 놓고 갑자기 최후통첩 하루 만에 개성공단 철수결정을 내린 것이나 장관급 회담 과정에서 고집스럽게 북측의 회담 대표를 특정인과 특정 ‘격’으로 고수한 것 등은 잘못된 북을 바로잡겠다는 대북 원칙이 지나치게 강조되는 강경한 결정이었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원칙을 지키면서 남북의 신뢰를 형성해가겠다는 접근방법을 보다 적극적이고 유연한 대북접근으로 진전시키는 게 필요하다.
우선 안보와 교류협력의 ‘균형’은 상황과 국면에 따라 때로는 안보를 내세우고 때로는 교류협력을 결정하는 취사선택의 문제가 아니어야 한다. 북한의 긴장고조에 대해서는 당연히 안보를 강화하고 북의 실용적 관계개선 시도에 대해서는 응당 교류협력을 진전시켜야 한다. 그러나 안보 강화와 교류협력 진전은 국면과 상황에서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것이 결코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긴장고조 국면에서도 교류협력은 유지되어야 하고 교류협력 국면에서도 안보는 철저히 준비되어야 한다. 서해교전 상황에서도 단호한 안보적 대응과 함께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의 남북관계는 유지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둘째 약속과 합의 이행을 통해 신뢰를 축적한다는 접근방법 역시 약속을 어길 경우 대가를 치르게 한다는 부정적 경고와 함께 합의된 약속은 우리부터 솔선수범해서 반드시 성실하게 이행한다는 긍정적 의지를 반드시 북에게 전달하고 보여줘야 한다. 신뢰형성은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상호작용의 결과임을 명심해야 한다.
합의 이행을 강조하는 박근혜 정부의 신뢰축적 방법이 자칫 북이 약속을 어기거나 도발을 할 경우 응분의 댓가를 치르도록 단호하게 대응한다는 측면만 강조되는 것은 절반의 진실에 불과하다. 쌍방이 신뢰를 쌓기 위해서는 약속을 어길 경우 단호하게 대가를 치르게 하는 것과 똑같이 약속한 내용에 대해서는 선의를 갖고 반드시 합의이행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긍정적 시그널을 지속적으로 확인시켜주는 것이 동시에 요구된다.
북이 도발하면 응징하겠다는 부정의 경고만 반복하지 말고 북과 합의한 것은 박근혜 정부가 솔선수범해서 성실히 지켜나가는 긍정의 신뢰를 지속적으로 보내는 것이 필요하다. 개성공단 근로자를 철수시킨 북에 대해 공단폐쇄도 각오하겠다는 응분의 경고를 보내는 것과 함께 박근혜 정부는 북과 합의한 대로 개성공단 정상화와 재가동에 전력을 다해 성심성의껏 실천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지금 필요한 이치다. 신뢰프로세스가 정치군사적 상황과 상관없이 인도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이라면 이를 꾸준하고 일관되게 실천에 옮기는 성실한 노력 역시 지금 박근혜 정부에게 필요한 이유기도 하다.
셋째 북핵문제와 남북관계의 연계론에 빠지는 것을 피해야 한다. 여전히 북핵문제는 진행형이고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안보상 최대 현안인 북핵문제와 남북관계를 연동시키는 것은 한반도의 현실에서 사실상 남북관계 유지와 진전을 가로막는 ‘조건부’ 접근이 되고 만다. 이명박 정부 시기 이른바 ‘비핵개방 3000’ 구상과 ‘그랜드 바겐’ 접근이 그 부정적 결과를 극명하게 입증하고 있다.
오히려 남북관계가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개선됨으로써 북핵문제가 악화될 경우 한반도 긴장고조의 위험을 막아내는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고 또한 북핵문제 진전 상황에서는 북핵협상을 더욱 추동하고 진전시키는 촉진제 역할을 할 수 있음은 지금까지의 북핵과정에서 충분히 입증되었다. 결코 박근혜 정부는 북핵해결의 유혹에 빠져 남북관계를 수렁에 빠트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박근혜 정부의 대북 접근은 어떤 경우에도 교류협력을 포기하지 않고 남북관계의 끈을 놓지 않는다는 것을 명백히 고수하고 견지해야 한다. 북핵문제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는 유지되고 진전될 것임을 명확히 밝히고 실천해야 한다. 그것만이 신뢰형성을 가능케 함을 명심해야 한다. 북한 버릇 고치기라는 잘못된 원칙을 내세우는 게 아니라 신뢰형성을 통한 남북관계 발전이라는 원칙을 내세우고 오히려 이 원칙을 위해 더 큰 유연성과 적극성을 발휘하는 게 필요하다. 원칙의 정치인 박근혜 대통령이 제발 남북관계에서 올바른 원칙을 고수하길 기대해본다.
<칼럼> 김근식 경남대 교수
2013년 09월 16일 (월) 00:21:44 김근식 tongil@tongilnews.com
김근식(경남대 교수, 정치학)
개성공단 회담이 타결되고 남북관계에 훈풍이 부는 즈음에 통일부는 박근혜 정부의 이른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대한 설명책자를 발간했다. 여전히 애매하고 불충분한 대목이 있지만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남북간 신뢰를 형성함으로써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고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고 통일의 기반을 구축’한다는 설명은 그 자체로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내용이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개념과 목표 및 추진원칙과 추진기조 등도 큰 틀에서 그리 흠잡을 수 없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항상 그렇듯이 정부의 대북정책 설명은 좋고 바람직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고 추진방향과 추진과제 등도 우리가 희망하고 원하는 로드맵을 그려놓고 있다. 심지어 이명박 정부의 ‘상생과 공영의 대북정책’도 설명책자로는 충분히 기대할 만한 것이었다.
문제는 책자에 설명된 내용과 과제를 실천해가는 과정에서 정부가 견지하고 있는 접근방법이다. 이명박 정부는 희망적인 남북관계 미래를 만들기 위해 ‘선 북한변화론’의 접근방법을 고수했고 그것도 북의 근본적인 변화를 관계개선의 전제로 자리매김하는 바람에 어떤 경우에도 남북대화는 성과를 내지 못했고 결국은 관계 파탄과 최악의 안보위기로 귀결되고 말았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따라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책자에 설명된 대로 제대로 잘 작동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박근혜 정부의 대북 접근방법이 성패의 관건이 될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 시절 밝혔던 신뢰와 균형의 접근방법을 아직은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기의 대북정책이 지나치게 북에 끌려갔다고 보고 동시에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지나치게 북에 강경일변도로 대했다고 평가하면서 안보와 교류협력의 ‘균형’(alignment)을 통해 그리고 합의 이행을 통해 ‘신뢰’를 축적(trust politik)하겠다는 접근방법으로 설명된다. 북에 대한 원칙을 지키되 신뢰형성의 끈은 놓지 않는다는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
그러나 원칙을 견지하면서 남북간 신뢰를 쌓아가겠다는 접근방법은 화해협력의 대북정책과 대북강경의 대북정책이 모두 가능한 사실상 애매한 접근일 수 있다. 대북 원칙 고수에 경도될 경우 강경기조로 흐르고 신뢰 형성에 경도될 경우는 유화기조로 흐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은 매개 국면에서 정부의 선택과 결정 여하에 따라 대북 접근이 강경으로 치닫기도 하고 화해협력으로 진전되기도 한다. 최근 6개월의 남북관계에서도 박근혜 정부의 대북접근은 그런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한반도 긴장고조 국면에서도 대북 대화를 제의하거나 개성공단 합의과정에서 남과 북을 공동주체로 한 재발방지 표현을 수용한 점 등은 남북간 신뢰축적을 위한 유연한 접근의 결정이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대북 대화를 제의해 놓고 갑자기 최후통첩 하루 만에 개성공단 철수결정을 내린 것이나 장관급 회담 과정에서 고집스럽게 북측의 회담 대표를 특정인과 특정 ‘격’으로 고수한 것 등은 잘못된 북을 바로잡겠다는 대북 원칙이 지나치게 강조되는 강경한 결정이었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원칙을 지키면서 남북의 신뢰를 형성해가겠다는 접근방법을 보다 적극적이고 유연한 대북접근으로 진전시키는 게 필요하다.
우선 안보와 교류협력의 ‘균형’은 상황과 국면에 따라 때로는 안보를 내세우고 때로는 교류협력을 결정하는 취사선택의 문제가 아니어야 한다. 북한의 긴장고조에 대해서는 당연히 안보를 강화하고 북의 실용적 관계개선 시도에 대해서는 응당 교류협력을 진전시켜야 한다. 그러나 안보 강화와 교류협력 진전은 국면과 상황에서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것이 결코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긴장고조 국면에서도 교류협력은 유지되어야 하고 교류협력 국면에서도 안보는 철저히 준비되어야 한다. 서해교전 상황에서도 단호한 안보적 대응과 함께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의 남북관계는 유지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둘째 약속과 합의 이행을 통해 신뢰를 축적한다는 접근방법 역시 약속을 어길 경우 대가를 치르게 한다는 부정적 경고와 함께 합의된 약속은 우리부터 솔선수범해서 반드시 성실하게 이행한다는 긍정적 의지를 반드시 북에게 전달하고 보여줘야 한다. 신뢰형성은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상호작용의 결과임을 명심해야 한다.
합의 이행을 강조하는 박근혜 정부의 신뢰축적 방법이 자칫 북이 약속을 어기거나 도발을 할 경우 응분의 댓가를 치르도록 단호하게 대응한다는 측면만 강조되는 것은 절반의 진실에 불과하다. 쌍방이 신뢰를 쌓기 위해서는 약속을 어길 경우 단호하게 대가를 치르게 하는 것과 똑같이 약속한 내용에 대해서는 선의를 갖고 반드시 합의이행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긍정적 시그널을 지속적으로 확인시켜주는 것이 동시에 요구된다.
북이 도발하면 응징하겠다는 부정의 경고만 반복하지 말고 북과 합의한 것은 박근혜 정부가 솔선수범해서 성실히 지켜나가는 긍정의 신뢰를 지속적으로 보내는 것이 필요하다. 개성공단 근로자를 철수시킨 북에 대해 공단폐쇄도 각오하겠다는 응분의 경고를 보내는 것과 함께 박근혜 정부는 북과 합의한 대로 개성공단 정상화와 재가동에 전력을 다해 성심성의껏 실천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지금 필요한 이치다. 신뢰프로세스가 정치군사적 상황과 상관없이 인도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이라면 이를 꾸준하고 일관되게 실천에 옮기는 성실한 노력 역시 지금 박근혜 정부에게 필요한 이유기도 하다.
셋째 북핵문제와 남북관계의 연계론에 빠지는 것을 피해야 한다. 여전히 북핵문제는 진행형이고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안보상 최대 현안인 북핵문제와 남북관계를 연동시키는 것은 한반도의 현실에서 사실상 남북관계 유지와 진전을 가로막는 ‘조건부’ 접근이 되고 만다. 이명박 정부 시기 이른바 ‘비핵개방 3000’ 구상과 ‘그랜드 바겐’ 접근이 그 부정적 결과를 극명하게 입증하고 있다.
오히려 남북관계가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개선됨으로써 북핵문제가 악화될 경우 한반도 긴장고조의 위험을 막아내는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고 또한 북핵문제 진전 상황에서는 북핵협상을 더욱 추동하고 진전시키는 촉진제 역할을 할 수 있음은 지금까지의 북핵과정에서 충분히 입증되었다. 결코 박근혜 정부는 북핵해결의 유혹에 빠져 남북관계를 수렁에 빠트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박근혜 정부의 대북 접근은 어떤 경우에도 교류협력을 포기하지 않고 남북관계의 끈을 놓지 않는다는 것을 명백히 고수하고 견지해야 한다. 북핵문제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는 유지되고 진전될 것임을 명확히 밝히고 실천해야 한다. 그것만이 신뢰형성을 가능케 함을 명심해야 한다. 북한 버릇 고치기라는 잘못된 원칙을 내세우는 게 아니라 신뢰형성을 통한 남북관계 발전이라는 원칙을 내세우고 오히려 이 원칙을 위해 더 큰 유연성과 적극성을 발휘하는 게 필요하다. 원칙의 정치인 박근혜 대통령이 제발 남북관계에서 올바른 원칙을 고수하길 기대해본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