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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체제를 넘어서: 평화체제의 필요성과 정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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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3-07-19 17:45 조회2,03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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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체제를 넘어서: 평화체제의 필요성과 정당성
<칼럼> 김근식 경남대 교수
 
 2013년 07월 15일 (월) 06:30:13 김근식  tongil@tongilnews.com 
 
 
김근식(경남대 교수, 정치학)


2013년 한반도의 봄은 긴장고조와 전쟁위협으로 지속되었다. 말로는 전면전 상황과 다를 게 없었다. 정전협정 백지화와 남북 불가침 합의 파기를 내세워 핵타격과 워싱턴 불바다 그리고 벌초론까지 내세운 북한, 도발시 원점뿐 아니라 지원세력과 지휘세력까지 섬멸한다는 한국의 단호한 응징의지는 이미 말로는 전쟁상태였다.

2013년 한반도 위기는 연례적인 한미합동훈련 기간에 나타났던 군사적 긴장과는 질적으로 다른 차원이었다. 북핵 악화로 인한 북미대결 심화와 남북한 긴장고조는 전쟁 일촉즉발 직전까지 이르렀고 실제로도 경제적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작동되었고 서방 언론의 카메라 기자가 대거 서울에 몰려들기도 했었다. 팽팽히 당겨진 고무줄처럼 예기치 못한 돌발상황에도 통제불능의 국지전으로 확대될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2013년 봄의 한반도 위기를 겪으면서 우리는 또 다시 정전체제의 불안정성과 평화체제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다.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포격이라는 사상 유례없는 군사적 도발과 충돌도 사실은 전쟁의 일시 중단이라는 정전체제의 구조적 불안정성에 토대하고 있는 것들이다. 남북이 전쟁을 잠깐 중단한 상태에 놓여 있기 때문에 하시라도 전쟁은 재개되고 시작될 수 있는 것이 바로 정전체제다. 불안정하고 불확실한 정전체제가 이제 60년을 맞고 있다. 정전 60년 동안 한반도는 전면전이 재개되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군사적 긴장상황과 전쟁발발의 위기 속에 놓여 있고 지난 시기 동안 끊이지 않고 남북의 군사적 충돌과 대결이 이어져왔다.

결국 정전 60년을 맞는 2013년 한반도에 평화체제가 필요함은 해마다 되풀이되는 군사적 긴장상태를 해소하고 전쟁발발의 위험성을 제거하기 위함이 첫 번째 이유다. 이른바 소극적 평화를 넘어 적극적 평화를 뿌리내리기 위해서다. 갈등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군사적 충돌과 전쟁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억지해내는 ‘소극적 평화’(negative peace)는 결국 불안정한 평화(unstable peace)일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가 향유하고 있는 한반도 상황이 바로 군사력으로 전쟁을 억지하는 소극적 평화이고 그렇기 때문에 항상 불안하고 우려스럽고 간헐적인 충돌과 대결을 목도하게 된다.

이제 우리는 소극적 평화에서 ‘적극적 평화’(positive peace)로 넘어가야 한다. 갈등의 온존이 아니라 갈등 자체를 해결하고 억지가 아닌 평화공존의 관계를 통해 전쟁의 발발 원인을 해소해내는 안정적 평화(stable peace)로 나아가야 한다. 소극적 평화에서 적극적 평화로 나아가기 위한 법제도적 장치가 바로 전쟁의 공식종료와 평화정착을 마무리하는 이른바 ‘평화협정’의 체결이다. 지속되는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항구적인 평화정착을 위해 적극적 평화로서 평화협정의 체결과 한반도 평화체제의 정착이 필요함은 그래서 아무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지금 시기에 한반도 평화체제가 필요한 또 하나의 이유는 북핵문제의 해결과 비핵화를 위한 필수불가결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미 북한은 사실상의 핵보유 국가가 되었고 실질적 핵능력 국가로 평가되고 있다. 그들의 헌법 전문에 핵보유를 명시하고 있고 김정일의 3대혁명유산에 첫 번째로 핵무기가 자리잡고 있다. 3.31일 당중앙위 전원회의를 통해 경제건설과 핵무장 병진노선을 당의 공식노선으로 채택함으로써 이제 북한은 핵포기를 전제로 한 대화와 협상에는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그럼에도 북한이 비핵화를 수용할 수 있는 유일한 협상 조건이 바로 평화체제 논의이다. 북은 핵문제를 카드화함으로써 그동안 미국으로부터 체제인정과 안전보장을 담보받으려 했고 궁극적으로는 북미관계 정상화를 얻는 것이 목표였다. 그러나 그동안 협상과정의 우여곡절과 피로감으로 인해 북한은 미국으로부터 관계정상화를 얻는 것을 대신해서 보다 현실적인 목표로서 평화협정 체결을 요구하고 있다. 과거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동맹 파기를 위한 공세적인 평화협정 주장에서 벗어나 체제인정과 안전보장을 위한 법제도적 담보로서 평화협정을 요구하는 것으로 입장이 바뀐 것이다.

이미 2005년 7.22일 외무성 성명을 통해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핵심 노정으로서 평화협정 체결을 주장하면서 과거와 달리 북핵문제와 평화협정 문제를 결합하기 시작했다. 그 입장은 결국 2005년 9.19 공동성명에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를 위한 4자 포럼으로 합의도출되었다. 그러나 이후 과정은 비핵화 프로세스에 집중되었고 평화체제 논의는 한 걸음도 내딛지 못했고 결국 북한은 2010년 1.11일 외무성 성명을 통해 향후 비핵화 협상은 반드시 평화협정 협상과 동시병행이 아니라면 결코 진행될 수 없다는 원칙적 입장을 강조했다.

그리고 2013년 3차 핵실험 이후 북한은 핵무장 병진노선을 천명하면서 경제건설을 위한 평화로운 대외환경을 요구했고 그 담보는 바로 한반도 평화체제의 제도적 장치로서 평화협정 체결이라고 역설하고 있다. 따라서 북핵문제가 협상 테이블에 올라가고 북한과 비핵화를 위한 대화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부득불 평화체제 논의를 피해갈 수 없게 된 셈이다.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북핵문제를 관리하고 북을 협상 테이블에 앉혀서 장기적으로 비핵화 목표를 이끌어낼 수 있는 유일한 방도가 바로 평화협정 논의이다. 해결난망으로 보이는 북핵문제를 그나마 해결가능하게 만들 수 있는 현실적 의제가 바로 평화체제 논의인 것이다. 적지않은 사람들이 협상무용론과 6자회담 무용론을 주장하면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회의를 나타내고 있는 지금 그래도 평화체제 논의만이 북한과 협상을 가능케 하고 평화협정 체결만이 북으로 하여금 비핵화를 수용하게 하는 유일한 의제가 되는 셈이다. 이제 비핵화의 가능성은 평화체제를 비껴가거나 우회해서는 불가능하게 되어 있다.

결국 우리가 나서서 한국형 평화체제의 창의적인 안을 만들고 이를 가지고 워싱턴으로 베이징으로 평양으로 가서 인내심을 갖고 설득하고 견인하고 압박해야 한다. 발품을 팔고 고민을 한 만큼 우리의 발언권과 주도력은 확보된다. 우리가 먼저 평화체제 논의를 적극적으로 제의하고 주도해야 한다.

평화체제 논의가 마치 북의 전유물인양 우리에게 터부시되는 것은 이제 극복해야 한다.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을 해소하고 불안정한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것,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유일한 방도로서 평화체제 논의를 시작하는 것, 여기서부터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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