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정세, '대립의 2010년' 반복 가능성만 보여 (출처: 한반도포커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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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1-03-04 09:33 조회1,118회 댓글0건본문
한반도 정세, '대립의 2010년' 반복 가능성만 보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한반도포커스'] MB정부의 한반도 정책이 관건
기사입력 2011-03-02 오전 7:27:47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가 발간하는 <한반도포커스> 12호(2011년 3·4월호)를 전재합니다.
<한반도포커스>는 극동문제연구소의 교수진과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한반도 문제 관련 정책소식지입니다. 이번 12호는 '한반도, 봄은 오는가'를 주제로 5편의 글이 실렸습니다. 3월 첫째 주 동안 매일 1편씩 소개됩니다.(☞제12호 전체 내려받기)
1972년 설립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는 북한·통일 문제에 관한 연구와 정책 제안 활동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는 최고의 민간 연구기관입니다. <편집자>
2011년 1월 25일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의회에서 한 '국정연설'(State of the Union Address)에는, 위기에 직면한 패권국가의 고민이 담겨 있다. '미국이라는 가족', '하나의 국민'이라는 비유가 언급된 후, "지금 가장 중요한 문제는 새로운 일자리와 산업이 미국에 뿌리내리게 하느냐, 아니면 다른 나라에 뿌리내리게 하느냐 하는 것"이라는 말이 등장한다.
우리는 이 문장에서 '뿌리내린다'(take root)는 표현에 주목한다. 이 목표를 위해, 오바마 대통령은, '혁신'과 '교육', 고속철도와 초고속 인터넷과 같은 인프라를 건설하는 '국가의 재건'(rebuiding of America) 그리고 '재정적자의 축소'를 정책대안으로 제시한다. 혁신과 교육과 같은 공급측면에서 국가개입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인플레이션의 우려 때문에 재정적자를 줄여야 하는 모순적인 방식으로 경제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그 '다음'이 외교문제다. "미국과 대적할 수 있는 어떠한 경쟁적 초강대국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호하게 선언하면서, '새로운 수준의 관여(engagement)'를 고려한다.1) 관여의 대상으로, '이라크'와 '아프간'과 '파키스탄', 핵무기와 핵물질의 안전한 관리 및 그 관리를 위협하는 두 국가인 '이란'과 '북한', '나토'(NATO)와의 협력, '러시아'와의 관계 재설정 그리고 '아시아 동맹들'의 강화와 '인도'와의 파트너쉽, 미주대륙에서 새로운 동맹의 대상으로서 '브라질', '칠레', '엘살바도르', 분리독립을 추구하는 '남부 수단'과 민주화를 시작한 '튀니지'가 언급된다. 미중 정상회담이 2011년 1월 18일-21일에 열렸음에도 불구하고, 부상하는 패권국가인 '중국'은 국정연설에 등장하지 않았다.
국정연설에서 한반도와 관련한 정책은, 두 가지였다. 첫째, 오바마 대통령은 한미 FTA가 "적어도 7만 개의 일자리를 지원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미국의 노동자들에게 믿음을 심어주고 미국의 일자리를 증진하는 협정에만 서명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한미 FTA의 체결에서 일자리의 창출이 가장 우선임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둘째, 한반도 핵문제와 관련하여서는, "우리의 동맹국인 남한과 함께 행동하면서,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겠다는 약속을 지킬 것을 촉구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안보문제와 관련한 미국의 對한반도 정책은, 한미동맹에 기초하여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구성되고 있다.
미국의 안보정책과 관련하여서는, 한반도를 포함한 '지역'에 대한 미국의 정책기조를 읽을 필요가 있다. 2010년 10월 28일 클린턴 국무장관이 하와이에서 한 연설인 "미국의 아시아-태평양에서의 관여"는 이 측면에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클린턴 국무장관은, 미국의 아시아ㆍ태평양 정책의 주요 도구로, '동맹', '파트너쉽', '다자기구'를 설정한다. 일본, 한국, 호주, 태국과 필리핀 순으로 동맹관계를, 인도네시아, 베트남, 싱가포르, 말레이시아와 뉴질랜드, 그리고 인도, 중국과의 파트너쉽 관계를, 그리고 ASEAN, APEC, 메콩강하류구상, 태평양제도포럼(Pacific Island Forum) 순으로 다자기구를 언급한다. 일본과의 동맹을 미국의 이 지역에 대한 관여의 초석으로, 한미동맹을 "이 지역과 세계의 안정과 안보의 핵심"으로, 베트남이 포함된 ASEAN을 "역내 지역구도 형성의 핵심 중추"로 묘사한다.
미중관계와 관련하여, 서로 적으로만 바라본다면 그 누구의 이해관계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지만, 미국은 아시아ㆍ태평양 국가들과 협력하여 중국을 포위하려 하는 듯한 형국이다. 미중의 경제적 상호의존을 고려할 때 불가능한 선택이고 미국도 관여를 강조하고 있지만, 냉전시대의 봉쇄(containment)를 떠올리게 된다.
미국이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에서 전개하는 복합적 관여정책에 대해 중국이 냉전시대의 이분법적 대응을 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2) 이 이분법은 2010년의 동북아 시공간에서 작동을 했다. 2010년 3월 천안함 사건 이후 동북아와 한반도는 냉전시대로 회귀했다. 한미일 對 북중러의 대립구도가 다시금 형성되었다. 한국과 미국은 미국이 제공하는 핵우산이 포함된 확장억제를 논의하는 위원회를 제도화했고, 한일 군사협력도 의제로 상정되고 있다. 북중 정상회담이 두 번이나 열렸고, 북한과 중국이 1930년대 항일무장투쟁을 매개로 정체성을 공유하는 작업을 하기도 했다.3) 그리고 11월 23일, 한국이 서해상에서 사격훈련을 한 직후, 북한은 연평도를 포격했다. 한국전쟁 이후 최초의 사건이고 군인은 물론 민간인 사망자도 발생했다. 한국의 대응공격이 있었고, 2010년 9월 서해훈련에 참가하지 않았던 미국의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는 11월 28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이후 실시된 한미합동군사훈련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12월 20일 한국정부는 서해상에서 사격훈련을 재개했다.4) 이 훈련이 예고되자 국제사회는 민감하게 반응했다. 러시아 주도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한반도 전쟁위기를 논의하기 위해 소집될 정도였다.
동북아 수준에서 미중갈등의 주제는 한반도였다. 클린턴 국무장관에 따르면, 북한의 도발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미중협력이다. 2010년처럼 미국과 중국이 서로 책임전가를 하면서 갈등할 때, 한국은 냉전시대의 이분법적 선택을 강요받을 수밖에 없었다.
2011년 1월 18일-21일 중국의 후진타오 주석의 미국방문이 미중관계의 새로운 계기가 될 수 있을지가 주목의 대상이었다. 미중은 정상회담에서, "상호존중, 호혜공영에 입각한 협력적 동반자 관계"에 합의했고, 거의 모든 국제문제를 회담의 의제로 삼으면서 국제질서의 규칙제정자로서 G2체제의 등장에 동의한 것처럼 보인다. 군사, 환율과 무역불균형, 인권, 대만문제 등을 둘러싸고 근본적인 이해의 불일치를 보이고 있는 미국과 중국은, 국내적 고려 때문에 갈등을 증폭하여 서로 위기를 심화시킬 수 있는 선택을 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한반도 문제에서도 미중은 갈등을 봉합하려 했다.
한반도 문제와 관련하여 미중의 합의문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으로 시작하고 있다. 그 다음이 한반도에서의 긴장고조에 대한 우려다. 남북대화는 그 과정에서 "본질적 단계"로 표현되었다.5) 그리고 "한반도 비핵화"를 언급했다.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에 대한 우려가 그 다음으로 나오고,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의 필요성이 강조되었다. 한반도 비핵화 과정에서 준거가 되는 문건으로 미중은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를 동시 의제화하고 있는 9ㆍ19 공동성명을 공유했다. 천안함과 연평도가 적시되지 않고 비핵화가 평화와 안정 뒤로 밀렸다는 점에서 미국이 중국에 양보를 했다고 평가할 수 있지만, 클린턴 국무장관이 언급한 한반도에서의 미중협력의 내용이 모두 담겼다는 점에서는 현 수준에서 미중이 도달한 한반도 문제를 둘러싼 균형점이라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평화와 안정에 이르는 '방법'이다. 북한은 미중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인 2011년 1월 5일 "정부, 정당, 단체 련합성명"을 통해 전방위의 남북대화와 협상을 제의하고 대화공세를 전개한 바 있다. 미중 정상회담 후인 1월 26일에는 "대화와 협상을 통하여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고 비핵화를 추진"하자는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발표했다. 9ㆍ19공동성명의 전면적 이행이 자신들의 의지임을 밝히기도 했다. 미중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단어들의 반복이다.
그러나 2월 8일-9일 개최된 남북 군사실무회담은 결렬되었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본질적 단계'에 진입하지 못한 것이다.6) 북한은 김영춘 인민무력부장이 미국의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 앞으로 편지를 보내 북미 직접대화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지만, 남북 군사실무회담이 다음 단계로 발전하지 못하자 미국은 북한에게 직접대화 거부의사를 밝혔다고 한다.7) 남북대화가 북미대화에 선행해야 한다는 의지를 밝힌 셈이다. 그리고 미국은 한국과 키 리졸브 합동군사훈련을 할 예정이다.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제거 연습 및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비하는 훈련도 포함될 것이라는 보도도 있다.8)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는 확장억제의 구체적 내용과 형태가 3월에 다시금 논의될 예정이고, 미국의 정책결정자들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미국에 직접적 위협이 된다는 발언을 하고 있다.
현재 미국의 담론과 정책을 볼 때 남북대화가 없다면, 한반도를 둘러싼 미중갈등이 완화된 형태지만 지속되면서, 2010년과 같은 이분법적 대립구도가 동북아에서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북한의 우라늄 농축문제를 유엔 안보리에서 다루는 것에 반대하면서 이 문제를 6자회담의 의제로 상정하려 한다. 그러나 6자회담으로 가는 길에도 남북대화가 정거장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앞서 살펴본 오바마 대통령의 국정연설에서 볼 수 있듯이 미국정부의 최우선 관심사는 경제문제다. 2012년 대통령 선거를 준비해야 하는 오바마 대통령은 국내적 성과를 필요로 한다. 외교정책에서는 이라크와 아프간에 대한 군사적 개입의 종료에 정책자원을 동원할 것이다. 중동의 민주화로 미국을 지지해 왔던 정부들이 위기에 직면하게 되면서, 미국은 중동질서의 재편에 개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국의 외교정책에서 한반도는 후순위로 밀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9) 한미동맹을 매개로 對한반도 정책을 추진하는 경로의존적 길이 예상된다. 그렇다면, 한미동맹이 안보딜레마를 심화시키는 2010년의 경험이 반복될 수 있다. 경로의존적 길을 갈 것인가, 아니면 경로형성적 길을 갈 것인가를 결정하는 계기는 한국으로부터 나올 수밖에 없다. 결국 미국의 對한반도 정책 및 미중관계에 가장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는, 대미, 대중, 대북정책이 어우러진 '한국정부의 對한반도 정책'이다. 어디로 갈 것인가.
<주석>
1) 중국 후진타오 주석의 신년사 제목은 "각국 인민의 복지를 함께 증진하자"였다. 문흥호, "2011년 후진타오 신년사와 중국의 대외전략," <동아시아 브리프>, 6: 1 (2011).
2) 하영선, "연평도 위기 극복의 대북 복합 전략," <EAI 논평>, 15호. 북한도 <로동신문> 2011년 2월 6일자 기명 논평, "무엇을 노린 <<관여>> 타령인가"를 통해 클린턴 장관의 관여정책을 내정간섭과 군사적 간섭이라고 비난했다.
3) 중국은 1937년부터 1945년까지를 중국공산당의 항일무장투쟁 시기로 정리하던 전통을 수정하여, 북중이 함께 참여했던 1931년을 기점으로 '14년의 항일무장투쟁'이란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연합뉴스>, 2010년 9월 6일. 북한은 2008년 12월 과학백과사전출판사를 통해 ??중국 동북해방 전쟁을 도와??라는 책을 출간했다. 핵심 내용은, 북한이 국가건설 초기임에도 불구하고 "중국인민의 해방전쟁"을 지원했다는 것이다. 책의 출간 시점과 내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4) 세계 주요 언론들이 연평도를 주시하고 있던 그 순간, 미국 뉴멕시코 주지사 빌 리차드슨은 평양에 있었다. 그는, 북한의 6자회담 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의 회담을 통해, 국제원자력기구 사찰단의 북한복귀, 북한 핵연료봉의 해외반출, 남북미 군사위원회 및 남북 군사 핫라인의 설치 등을 논의했다는 사실을 미국 언론 CNN을 통해 알렸다. 한국의 사격훈련에 군사적으로 대응하겠다고 공언했던 북한에게 공격적 조치를 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5) 중국은 이를 "대단히 중요한 일보"로 표현했다고 한다. 김흥규, "미중 정상회담이 한국 대외정책에 주는 교훈," KPI 칼럼, 2011년 2월 17일.
6) 북한은 2월 15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중국의 <환구시보>에 실린 남북 군사실무회담에 관한 논평을 번역했다. 다음 구절이 포함된 것이 흥미롭다. "나는 원래 화목하게 지내던 두 이웃이 후에 리익문제를 놓고 싸움이 붙었고 서로 언성을 높이다가 손찌검까지 하게 되였는데 만일 두 이웃이 다 화해하려 한다면 다음번에 만날 때 먼저 손을 댄 사람에게 반드시 진상을 해명해야 한다는 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해주었다."
7) 민간 수준의 북미대화는 작은 규모지만 재개되고 있다. 북미과학교류연합은 2011년 2월 9일부터 15일까지 북한의 국가과학원 및 김책공대 관계자들을 미국으로 초청했다.
8) 미국 전략사령부가 오바마 정부가 출범한 2009년 1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등을 핵무기와 재래식 무기로 타격하는 내용이 담긴 '작전계획 8010-08'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앙일보>, 2011년 2월 19일.
9) 미국 국무부는 재정적자 축소를 위해 북한 민주화와 관련된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고 한다.
* 원제 : 미국의 한반도 전략: 어디로 갈 것인가
/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작성일자 : 2011년 03월 03일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한반도포커스'] MB정부의 한반도 정책이 관건
기사입력 2011-03-02 오전 7:27:47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가 발간하는 <한반도포커스> 12호(2011년 3·4월호)를 전재합니다.
<한반도포커스>는 극동문제연구소의 교수진과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한반도 문제 관련 정책소식지입니다. 이번 12호는 '한반도, 봄은 오는가'를 주제로 5편의 글이 실렸습니다. 3월 첫째 주 동안 매일 1편씩 소개됩니다.(☞제12호 전체 내려받기)
1972년 설립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는 북한·통일 문제에 관한 연구와 정책 제안 활동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는 최고의 민간 연구기관입니다. <편집자>
2011년 1월 25일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의회에서 한 '국정연설'(State of the Union Address)에는, 위기에 직면한 패권국가의 고민이 담겨 있다. '미국이라는 가족', '하나의 국민'이라는 비유가 언급된 후, "지금 가장 중요한 문제는 새로운 일자리와 산업이 미국에 뿌리내리게 하느냐, 아니면 다른 나라에 뿌리내리게 하느냐 하는 것"이라는 말이 등장한다.
우리는 이 문장에서 '뿌리내린다'(take root)는 표현에 주목한다. 이 목표를 위해, 오바마 대통령은, '혁신'과 '교육', 고속철도와 초고속 인터넷과 같은 인프라를 건설하는 '국가의 재건'(rebuiding of America) 그리고 '재정적자의 축소'를 정책대안으로 제시한다. 혁신과 교육과 같은 공급측면에서 국가개입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인플레이션의 우려 때문에 재정적자를 줄여야 하는 모순적인 방식으로 경제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그 '다음'이 외교문제다. "미국과 대적할 수 있는 어떠한 경쟁적 초강대국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호하게 선언하면서, '새로운 수준의 관여(engagement)'를 고려한다.1) 관여의 대상으로, '이라크'와 '아프간'과 '파키스탄', 핵무기와 핵물질의 안전한 관리 및 그 관리를 위협하는 두 국가인 '이란'과 '북한', '나토'(NATO)와의 협력, '러시아'와의 관계 재설정 그리고 '아시아 동맹들'의 강화와 '인도'와의 파트너쉽, 미주대륙에서 새로운 동맹의 대상으로서 '브라질', '칠레', '엘살바도르', 분리독립을 추구하는 '남부 수단'과 민주화를 시작한 '튀니지'가 언급된다. 미중 정상회담이 2011년 1월 18일-21일에 열렸음에도 불구하고, 부상하는 패권국가인 '중국'은 국정연설에 등장하지 않았다.
국정연설에서 한반도와 관련한 정책은, 두 가지였다. 첫째, 오바마 대통령은 한미 FTA가 "적어도 7만 개의 일자리를 지원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미국의 노동자들에게 믿음을 심어주고 미국의 일자리를 증진하는 협정에만 서명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한미 FTA의 체결에서 일자리의 창출이 가장 우선임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둘째, 한반도 핵문제와 관련하여서는, "우리의 동맹국인 남한과 함께 행동하면서,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겠다는 약속을 지킬 것을 촉구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안보문제와 관련한 미국의 對한반도 정책은, 한미동맹에 기초하여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구성되고 있다.
미국의 안보정책과 관련하여서는, 한반도를 포함한 '지역'에 대한 미국의 정책기조를 읽을 필요가 있다. 2010년 10월 28일 클린턴 국무장관이 하와이에서 한 연설인 "미국의 아시아-태평양에서의 관여"는 이 측면에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클린턴 국무장관은, 미국의 아시아ㆍ태평양 정책의 주요 도구로, '동맹', '파트너쉽', '다자기구'를 설정한다. 일본, 한국, 호주, 태국과 필리핀 순으로 동맹관계를, 인도네시아, 베트남, 싱가포르, 말레이시아와 뉴질랜드, 그리고 인도, 중국과의 파트너쉽 관계를, 그리고 ASEAN, APEC, 메콩강하류구상, 태평양제도포럼(Pacific Island Forum) 순으로 다자기구를 언급한다. 일본과의 동맹을 미국의 이 지역에 대한 관여의 초석으로, 한미동맹을 "이 지역과 세계의 안정과 안보의 핵심"으로, 베트남이 포함된 ASEAN을 "역내 지역구도 형성의 핵심 중추"로 묘사한다.
미중관계와 관련하여, 서로 적으로만 바라본다면 그 누구의 이해관계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지만, 미국은 아시아ㆍ태평양 국가들과 협력하여 중국을 포위하려 하는 듯한 형국이다. 미중의 경제적 상호의존을 고려할 때 불가능한 선택이고 미국도 관여를 강조하고 있지만, 냉전시대의 봉쇄(containment)를 떠올리게 된다.
미국이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에서 전개하는 복합적 관여정책에 대해 중국이 냉전시대의 이분법적 대응을 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2) 이 이분법은 2010년의 동북아 시공간에서 작동을 했다. 2010년 3월 천안함 사건 이후 동북아와 한반도는 냉전시대로 회귀했다. 한미일 對 북중러의 대립구도가 다시금 형성되었다. 한국과 미국은 미국이 제공하는 핵우산이 포함된 확장억제를 논의하는 위원회를 제도화했고, 한일 군사협력도 의제로 상정되고 있다. 북중 정상회담이 두 번이나 열렸고, 북한과 중국이 1930년대 항일무장투쟁을 매개로 정체성을 공유하는 작업을 하기도 했다.3) 그리고 11월 23일, 한국이 서해상에서 사격훈련을 한 직후, 북한은 연평도를 포격했다. 한국전쟁 이후 최초의 사건이고 군인은 물론 민간인 사망자도 발생했다. 한국의 대응공격이 있었고, 2010년 9월 서해훈련에 참가하지 않았던 미국의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는 11월 28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이후 실시된 한미합동군사훈련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12월 20일 한국정부는 서해상에서 사격훈련을 재개했다.4) 이 훈련이 예고되자 국제사회는 민감하게 반응했다. 러시아 주도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한반도 전쟁위기를 논의하기 위해 소집될 정도였다.
동북아 수준에서 미중갈등의 주제는 한반도였다. 클린턴 국무장관에 따르면, 북한의 도발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미중협력이다. 2010년처럼 미국과 중국이 서로 책임전가를 하면서 갈등할 때, 한국은 냉전시대의 이분법적 선택을 강요받을 수밖에 없었다.
2011년 1월 18일-21일 중국의 후진타오 주석의 미국방문이 미중관계의 새로운 계기가 될 수 있을지가 주목의 대상이었다. 미중은 정상회담에서, "상호존중, 호혜공영에 입각한 협력적 동반자 관계"에 합의했고, 거의 모든 국제문제를 회담의 의제로 삼으면서 국제질서의 규칙제정자로서 G2체제의 등장에 동의한 것처럼 보인다. 군사, 환율과 무역불균형, 인권, 대만문제 등을 둘러싸고 근본적인 이해의 불일치를 보이고 있는 미국과 중국은, 국내적 고려 때문에 갈등을 증폭하여 서로 위기를 심화시킬 수 있는 선택을 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한반도 문제에서도 미중은 갈등을 봉합하려 했다.
한반도 문제와 관련하여 미중의 합의문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으로 시작하고 있다. 그 다음이 한반도에서의 긴장고조에 대한 우려다. 남북대화는 그 과정에서 "본질적 단계"로 표현되었다.5) 그리고 "한반도 비핵화"를 언급했다.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에 대한 우려가 그 다음으로 나오고,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의 필요성이 강조되었다. 한반도 비핵화 과정에서 준거가 되는 문건으로 미중은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를 동시 의제화하고 있는 9ㆍ19 공동성명을 공유했다. 천안함과 연평도가 적시되지 않고 비핵화가 평화와 안정 뒤로 밀렸다는 점에서 미국이 중국에 양보를 했다고 평가할 수 있지만, 클린턴 국무장관이 언급한 한반도에서의 미중협력의 내용이 모두 담겼다는 점에서는 현 수준에서 미중이 도달한 한반도 문제를 둘러싼 균형점이라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평화와 안정에 이르는 '방법'이다. 북한은 미중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인 2011년 1월 5일 "정부, 정당, 단체 련합성명"을 통해 전방위의 남북대화와 협상을 제의하고 대화공세를 전개한 바 있다. 미중 정상회담 후인 1월 26일에는 "대화와 협상을 통하여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고 비핵화를 추진"하자는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발표했다. 9ㆍ19공동성명의 전면적 이행이 자신들의 의지임을 밝히기도 했다. 미중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단어들의 반복이다.
그러나 2월 8일-9일 개최된 남북 군사실무회담은 결렬되었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본질적 단계'에 진입하지 못한 것이다.6) 북한은 김영춘 인민무력부장이 미국의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 앞으로 편지를 보내 북미 직접대화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지만, 남북 군사실무회담이 다음 단계로 발전하지 못하자 미국은 북한에게 직접대화 거부의사를 밝혔다고 한다.7) 남북대화가 북미대화에 선행해야 한다는 의지를 밝힌 셈이다. 그리고 미국은 한국과 키 리졸브 합동군사훈련을 할 예정이다.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제거 연습 및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비하는 훈련도 포함될 것이라는 보도도 있다.8)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는 확장억제의 구체적 내용과 형태가 3월에 다시금 논의될 예정이고, 미국의 정책결정자들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미국에 직접적 위협이 된다는 발언을 하고 있다.
현재 미국의 담론과 정책을 볼 때 남북대화가 없다면, 한반도를 둘러싼 미중갈등이 완화된 형태지만 지속되면서, 2010년과 같은 이분법적 대립구도가 동북아에서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북한의 우라늄 농축문제를 유엔 안보리에서 다루는 것에 반대하면서 이 문제를 6자회담의 의제로 상정하려 한다. 그러나 6자회담으로 가는 길에도 남북대화가 정거장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앞서 살펴본 오바마 대통령의 국정연설에서 볼 수 있듯이 미국정부의 최우선 관심사는 경제문제다. 2012년 대통령 선거를 준비해야 하는 오바마 대통령은 국내적 성과를 필요로 한다. 외교정책에서는 이라크와 아프간에 대한 군사적 개입의 종료에 정책자원을 동원할 것이다. 중동의 민주화로 미국을 지지해 왔던 정부들이 위기에 직면하게 되면서, 미국은 중동질서의 재편에 개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국의 외교정책에서 한반도는 후순위로 밀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9) 한미동맹을 매개로 對한반도 정책을 추진하는 경로의존적 길이 예상된다. 그렇다면, 한미동맹이 안보딜레마를 심화시키는 2010년의 경험이 반복될 수 있다. 경로의존적 길을 갈 것인가, 아니면 경로형성적 길을 갈 것인가를 결정하는 계기는 한국으로부터 나올 수밖에 없다. 결국 미국의 對한반도 정책 및 미중관계에 가장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는, 대미, 대중, 대북정책이 어우러진 '한국정부의 對한반도 정책'이다. 어디로 갈 것인가.
<주석>
1) 중국 후진타오 주석의 신년사 제목은 "각국 인민의 복지를 함께 증진하자"였다. 문흥호, "2011년 후진타오 신년사와 중국의 대외전략," <동아시아 브리프>, 6: 1 (2011).
2) 하영선, "연평도 위기 극복의 대북 복합 전략," <EAI 논평>, 15호. 북한도 <로동신문> 2011년 2월 6일자 기명 논평, "무엇을 노린 <<관여>> 타령인가"를 통해 클린턴 장관의 관여정책을 내정간섭과 군사적 간섭이라고 비난했다.
3) 중국은 1937년부터 1945년까지를 중국공산당의 항일무장투쟁 시기로 정리하던 전통을 수정하여, 북중이 함께 참여했던 1931년을 기점으로 '14년의 항일무장투쟁'이란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연합뉴스>, 2010년 9월 6일. 북한은 2008년 12월 과학백과사전출판사를 통해 ??중국 동북해방 전쟁을 도와??라는 책을 출간했다. 핵심 내용은, 북한이 국가건설 초기임에도 불구하고 "중국인민의 해방전쟁"을 지원했다는 것이다. 책의 출간 시점과 내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4) 세계 주요 언론들이 연평도를 주시하고 있던 그 순간, 미국 뉴멕시코 주지사 빌 리차드슨은 평양에 있었다. 그는, 북한의 6자회담 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의 회담을 통해, 국제원자력기구 사찰단의 북한복귀, 북한 핵연료봉의 해외반출, 남북미 군사위원회 및 남북 군사 핫라인의 설치 등을 논의했다는 사실을 미국 언론 CNN을 통해 알렸다. 한국의 사격훈련에 군사적으로 대응하겠다고 공언했던 북한에게 공격적 조치를 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5) 중국은 이를 "대단히 중요한 일보"로 표현했다고 한다. 김흥규, "미중 정상회담이 한국 대외정책에 주는 교훈," KPI 칼럼, 2011년 2월 17일.
6) 북한은 2월 15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중국의 <환구시보>에 실린 남북 군사실무회담에 관한 논평을 번역했다. 다음 구절이 포함된 것이 흥미롭다. "나는 원래 화목하게 지내던 두 이웃이 후에 리익문제를 놓고 싸움이 붙었고 서로 언성을 높이다가 손찌검까지 하게 되였는데 만일 두 이웃이 다 화해하려 한다면 다음번에 만날 때 먼저 손을 댄 사람에게 반드시 진상을 해명해야 한다는 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해주었다."
7) 민간 수준의 북미대화는 작은 규모지만 재개되고 있다. 북미과학교류연합은 2011년 2월 9일부터 15일까지 북한의 국가과학원 및 김책공대 관계자들을 미국으로 초청했다.
8) 미국 전략사령부가 오바마 정부가 출범한 2009년 1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등을 핵무기와 재래식 무기로 타격하는 내용이 담긴 '작전계획 8010-08'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앙일보>, 2011년 2월 19일.
9) 미국 국무부는 재정적자 축소를 위해 북한 민주화와 관련된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고 한다.
* 원제 : 미국의 한반도 전략: 어디로 갈 것인가
/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작성일자 : 2011년 03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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