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모든 전문가가 등돌린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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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2-09-25 09:15 조회851회 댓글0건본문
2012.09.21 19:09
수정 : 2012.09.21 19:09
국제구호단체인 월드비전의 대북 수해지원용 밀가루 500t이 어제 북쪽에 전달됐다. 이 밀가루는 수해가 심했던 평안남도 안주시와 개천시의 유치원과 소학교에 배분될 예정이다. 홍수와 태풍에 큰 피해를 본 북녘 동포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월드비전의 이번 지원은 지난해 말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뒤 첫 대북지원이라는 큰 의미가 있다. 하지만 ‘정부 지원’ 없는 민간 지원이라는 점에서 뒷맛이 씁쓸하다.
정부 지원이 이뤄지지 않은 탓은 남북 당국 모두에게 있다. 남쪽은 이달 초 북쪽에 수해 지원을 제의했고, 북은 지원 품목을 알려달라며 수용 뜻을 밝혔다. 이에 남쪽이 밀가루 1만t과 라면 300만개, 의약품 등 100억원어치를 우선적으로 지원하고 나중에 추가로 지원할 수 있다는 뜻을 전했다. 그러나 북쪽은 자신들이 원하는 쌀과 시멘트, 중장비 등이 들어 있지 않은 것을 보고 즉각 거부했다.
북쪽이 무엇을 원하는지 뻔히 알면서 굳이 그들이 원하는 것을 쏙 뺀 지원 목록을 보낸 남쪽의 속좁음을 먼저 탓하지 않을 수 없다. 동족이 아닌 외국의 경우라도 주는 쪽은 받는 쪽이 필요로 하는 것을 최대한 배려하고, 받는 쪽의 자존심이 상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는 게 인도 지원의 상식이며 원칙이다. 남쪽은 쌀, 시멘트 등은 군사적으로 전용될 우려가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으나, 그런 식으로 따지자면 아예 아무것도 지원하지 않는 게 최선일 것이다. 북쪽도 많은 주민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많은 양의 정부 지원을 차버리고 미미한 민간 지원만을 수용한 것은 수해 지원을 민생 지원이 아니라 정치 도구로 이용한다는 의심을 받을 만하다.
정부 차원의 지원 무산은 곤경에 처한 북 주민을 도와주지 못했다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이명박 정권 집권 기간 안에 경색된 남북관계를 완화할 마지막 기회마저 날려버렸다. 이에 따라 ‘비핵·개방·3000’과 5·24조치로 상징되는 대북 강경 정책과 최악의 남북관계를 풀어낼 과제는 다음 정권으로 넘어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그제 내놓은 대북전문가 11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보면,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한 사람도 차기 정부가 이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데 찬성하지 않았다. 이념 성향과 관계없이 모든 전문가가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아니오’와 함께 정책 전환을 요구한 것이다. 다음 정권을 담당할 사람들은 이런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여 단절된 남북관계를 건설적으로 복원하는 데 열과 성을 다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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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 2012.09.21 19:09
국제구호단체인 월드비전의 대북 수해지원용 밀가루 500t이 어제 북쪽에 전달됐다. 이 밀가루는 수해가 심했던 평안남도 안주시와 개천시의 유치원과 소학교에 배분될 예정이다. 홍수와 태풍에 큰 피해를 본 북녘 동포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월드비전의 이번 지원은 지난해 말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뒤 첫 대북지원이라는 큰 의미가 있다. 하지만 ‘정부 지원’ 없는 민간 지원이라는 점에서 뒷맛이 씁쓸하다.
정부 지원이 이뤄지지 않은 탓은 남북 당국 모두에게 있다. 남쪽은 이달 초 북쪽에 수해 지원을 제의했고, 북은 지원 품목을 알려달라며 수용 뜻을 밝혔다. 이에 남쪽이 밀가루 1만t과 라면 300만개, 의약품 등 100억원어치를 우선적으로 지원하고 나중에 추가로 지원할 수 있다는 뜻을 전했다. 그러나 북쪽은 자신들이 원하는 쌀과 시멘트, 중장비 등이 들어 있지 않은 것을 보고 즉각 거부했다.
북쪽이 무엇을 원하는지 뻔히 알면서 굳이 그들이 원하는 것을 쏙 뺀 지원 목록을 보낸 남쪽의 속좁음을 먼저 탓하지 않을 수 없다. 동족이 아닌 외국의 경우라도 주는 쪽은 받는 쪽이 필요로 하는 것을 최대한 배려하고, 받는 쪽의 자존심이 상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는 게 인도 지원의 상식이며 원칙이다. 남쪽은 쌀, 시멘트 등은 군사적으로 전용될 우려가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으나, 그런 식으로 따지자면 아예 아무것도 지원하지 않는 게 최선일 것이다. 북쪽도 많은 주민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많은 양의 정부 지원을 차버리고 미미한 민간 지원만을 수용한 것은 수해 지원을 민생 지원이 아니라 정치 도구로 이용한다는 의심을 받을 만하다.
정부 차원의 지원 무산은 곤경에 처한 북 주민을 도와주지 못했다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이명박 정권 집권 기간 안에 경색된 남북관계를 완화할 마지막 기회마저 날려버렸다. 이에 따라 ‘비핵·개방·3000’과 5·24조치로 상징되는 대북 강경 정책과 최악의 남북관계를 풀어낼 과제는 다음 정권으로 넘어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그제 내놓은 대북전문가 11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보면,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한 사람도 차기 정부가 이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데 찬성하지 않았다. 이념 성향과 관계없이 모든 전문가가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아니오’와 함께 정책 전환을 요구한 것이다. 다음 정권을 담당할 사람들은 이런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여 단절된 남북관계를 건설적으로 복원하는 데 열과 성을 다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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