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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칼럼]'근본 문제','군 통신선'보다 독화살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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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3-05-22 09:32 조회85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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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뉴스 | 입력 2013.05.21 23:51 | 수정 2013.05.22 08:33


[CBS 김영태 기자]

불교 경전에 <독화살 비유>가 있다. 어떤 한사람이 독화살에 맞아 죽어 가는데 그 친구들이 화살부터 뽑아내고 의사에게 데려갈 생각은 하지 않고, 독화살을 쏜 사람이 누군지, 어떤 활인지. 살대와 깃털, 촉은 어떤 것인지 알기 전에는 이 화살을 뽑아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면 이 환자는 어떻게 될까. 그는 그런 것들이 다 밝혀지기 전에 숨이 끊어지고 말 것이다.

개성공단을 독화살을 맞은 환자에 비유한다면, 개성공단 해법을 놓고 기싸움을 벌이는 남과 북 당국은 화살 맞은 환자의 어리석은 친구들 같다. 상대에게만 '진정성 있는 자세'를 보이라고 요구할 뿐, 남이나 북으로부터 진정 대화를 위한 성의는 느껴지지 않는다는 게 개성공단 입주기업인들과 통일부 출입기자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북측은 남측의 개성공단 자재반출을 위한 남북 당국간 실무회담 제의에 '근본문제'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밝히라며 대화에 응하지 않고 있다. 남측은 개성공단 입주기업인들의 23일 방북계획서 제출에 대해 '군 통신선'이 차단된 상태에서 명단 통보 수단이 없고, 신변안전과 군사지역 통과에 따른 협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런 사안을 논의하기 위한 당국간 실무회담이 필요하다고 한다.

개성공단 사태가 발생한지 50일이 되면서 입주기업인들은 독화살을 맞은 환자의 처지에 놓여 있다. 정부에서 피해 지원을 한다고 한 들 지원규모가 고정자산의 10분의 1에 불과한데다 다른 활로를 찾기가 막막하다. 그래서 어떻게 해서든지 개성공단을 재가동해야 한다는 염원이 크다. 하지만 앞으로 한 달 이내로 재가동되지 않으면 설비가 망가지는 것은 물론 거래처 단절로 그 이후에 재가동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회생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또, 개성공단의 5만3천여 명의 근로자들의 생계는 어떻게 할 것인가. 남과 북이 함께 생활하면서 같은 언어를 쓰는 한 민족으로서 느끼던 동포애와 문화적 동질감의 공유라는, 보이지 않는 자산은 물거품이 되고 마는 것인가.

이제 독화살을 맞은 개성공단을 구하기 위해 남과 북은 독화살부터 뽑아야 한다. 북은 '근본문제'가 무엇인지에 대해 명확히 밝혀야 한다. 남측 당국은 북측이 제기하는 이른바 '근본문제'를 한미연합훈련, 체제 존엄성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남측 당국자들은 이런 부당한 요구를 수용하면서까지 개성공단 재가동을 해야 하는가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선 북측은 '근본문제'에 대해 남측이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답해야 한다. 특히 체제존엄성 문제, 즉 최고존엄 모독에 대한 사과를 꼭 받아야 하는지 입장을 밝혀야 한다. 왜냐하면 북측이 개성공단 통행제한조치,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 전원철수를 하면서 '최고존엄 모독'을 내세웠을 때, 남측에서는 북측이 북미대화를 압박하기 위한 한반도 위기 고조의 일환으로 개성공단 잠정중단 카드를 쓰기 위해 명분상 '최고존엄 모독'을 들먹인 것이라고 대부분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제 그 국면이 일단락된 만큼, 개성공단을 정상화하는데 굳이 명분상 내건 문제를 끝까지 정상화의 전제조건으로 고집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남측 당국 역시 당국간 실무회담만을 강조하며, 북측으로부터 '군 통신선'을 통한 회담 회신을 고집할 이유가 있는가? 개성공단 기업인들은 정부가 방북 허용의사가 있다면, 민간 통로를 통해서라도 방북신청자 명단을 보내면 되지 않는가라고 반문한다. 남측 당국은 주도권을 잃을까 두려워 당국간 회담만을 고집할 게 아니라 민간통로도 활용해야 한다. 또, 남측 당국은 신변안전과 군사지역 통과에 따른 협의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북측이 지난 3일 자재반출을 위한 협의 의사를 표명한 만큼 이 정도는 보장해주리라고 신뢰를 해야 하지 않을까? 그리도 위험하다면, 방북하겠다고 하는 기업인들이 243명이나 되는 것은 어떻게 설명이 되겠는가. 어찌됐든 북측은 남측 당국이 우려하는 문제에 대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군 통신선' 전화기 들기가 그렇게 어려운가. 개성공단의 독화살을 뽑아줄 수 있는 이는 이제 남과 북의 정치 지도자밖에 없다.
great@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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