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북측 대표 '격' 문제 제기.. 형식에 집착 대화 악영향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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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3-06-11 08:58 조회855회 댓글0건본문
남북당국회담 전망
경향신문 | 안홍욱·이지선 기자 | 입력 2013.06.10 22:25 | 수정 2013.06.11 00:05
청와대와 정부가 12~13일 남북당국회담에 참여할 북측 대표의 '격'을 따지고 나선 것은 북한 측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들이댐으로써 남북관계 정상화를 위한 출발점으로 삼겠다는 뜻이다.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는 남측의 통일부 장관보다 급이 낮은 사람이 대표로 나와도 용인했지만 앞으로는 그렇지 않겠다는 것이다. 회담의 모양새나 형식에 지나치게 집착한다는 지적과 함께 대화에 악영향을 끼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10일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외교안보장관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북측 대표의 격 문제를 강하게 거론했다. 당국회담 대응 방안 등이 논의된 자리여서 격 문제를 제기한 것이 박 대통령의 뜻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 관계자는 "격이 서로 맞지 않으면 시작부터 상호 신뢰하기가 다소 어려운 점이 있지 않겠느냐"며 "상식적으로 서로 반드시 지켜야 할 기본적 자세가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남측 수석대표로 유력한 류길재 통일부 장관의 상대로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을 요구했음에도 받아들여지지 않자 노골적으로 불만을 보인 것이다.
남북당국회담이 12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개최될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10일 오후부터 방송사 중계팀들이 방송 준비를 하고 있다. | 김기남 기자
▲ 청와대 "격 맞지 않으면 상호신뢰 어렵다" 강경 입장
'원칙 있는 남북관계' 내세우며 회담 명칭까지 바꿔
청와대 측은 이 같은 문제 제기를 '원칙 있는 남북관계'로 가겠다는 뜻으로 설명했다. 과거 20여차례 장관급회담을 하면서 북측이 남측 통일부 장관보다 급이 낮은 '내각 책임참사'를 내보낸 것을 수용했지만 박근혜 정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이다. 첫 회담부터 격 문제를 바로잡지 못하면 향후 회담에서 계속 양보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본 듯하다.
정부는 북측이 11일 회담 대표단 명단을 보내올 때 김 부장이나 그에 상응하는 인사가 수석대표에 포함되지 않을 경우 수석대표의 급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는 '공정하게' 할 것"이라고 했다. 김남식 차관 또는 그 이하 당국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남북이 김양건 통전부장의 위상을 서로 다르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김 부장이 겸직하는 당 대남 비서의 지위를 장관급보다 높은 자리로 보고 있다. 통전부가 내각 소속이 아니라 당 소속 기구라는 점도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엄밀히 말하면 통일전선부장은 장관급보다 위상이 높은 '부총리급' "이라고 말했다. 북한에서 통일전선부 역할은 남북 대화뿐 아니라 정보·공작·선전 등을 포괄하고 있어 남측 통일부 기능을 넘어선다. 2007년 10월 남북정상회담 준비 작업을 할 때 김양건 부장 카운터 파트는 김만복 국정원장이었다. 즉 국정원장과 통일부 장관을 합한 듯한 직책이라는 것이다.
남북이 격 문제로 기싸움을 벌이면서 당국회담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정부가 책임 있는 고위급 회담을 하려 했으면 처음부터 총리급 회담으로 제안하는 편이 나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 안홍욱·이지선 기자 ahn@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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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 안홍욱·이지선 기자 | 입력 2013.06.10 22:25 | 수정 2013.06.11 00:05
청와대와 정부가 12~13일 남북당국회담에 참여할 북측 대표의 '격'을 따지고 나선 것은 북한 측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들이댐으로써 남북관계 정상화를 위한 출발점으로 삼겠다는 뜻이다.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는 남측의 통일부 장관보다 급이 낮은 사람이 대표로 나와도 용인했지만 앞으로는 그렇지 않겠다는 것이다. 회담의 모양새나 형식에 지나치게 집착한다는 지적과 함께 대화에 악영향을 끼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10일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외교안보장관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북측 대표의 격 문제를 강하게 거론했다. 당국회담 대응 방안 등이 논의된 자리여서 격 문제를 제기한 것이 박 대통령의 뜻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 관계자는 "격이 서로 맞지 않으면 시작부터 상호 신뢰하기가 다소 어려운 점이 있지 않겠느냐"며 "상식적으로 서로 반드시 지켜야 할 기본적 자세가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남측 수석대표로 유력한 류길재 통일부 장관의 상대로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을 요구했음에도 받아들여지지 않자 노골적으로 불만을 보인 것이다.
남북당국회담이 12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개최될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10일 오후부터 방송사 중계팀들이 방송 준비를 하고 있다. | 김기남 기자
▲ 청와대 "격 맞지 않으면 상호신뢰 어렵다" 강경 입장
'원칙 있는 남북관계' 내세우며 회담 명칭까지 바꿔
청와대 측은 이 같은 문제 제기를 '원칙 있는 남북관계'로 가겠다는 뜻으로 설명했다. 과거 20여차례 장관급회담을 하면서 북측이 남측 통일부 장관보다 급이 낮은 '내각 책임참사'를 내보낸 것을 수용했지만 박근혜 정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이다. 첫 회담부터 격 문제를 바로잡지 못하면 향후 회담에서 계속 양보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본 듯하다.
정부는 북측이 11일 회담 대표단 명단을 보내올 때 김 부장이나 그에 상응하는 인사가 수석대표에 포함되지 않을 경우 수석대표의 급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는 '공정하게' 할 것"이라고 했다. 김남식 차관 또는 그 이하 당국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남북이 김양건 통전부장의 위상을 서로 다르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김 부장이 겸직하는 당 대남 비서의 지위를 장관급보다 높은 자리로 보고 있다. 통전부가 내각 소속이 아니라 당 소속 기구라는 점도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엄밀히 말하면 통일전선부장은 장관급보다 위상이 높은 '부총리급' "이라고 말했다. 북한에서 통일전선부 역할은 남북 대화뿐 아니라 정보·공작·선전 등을 포괄하고 있어 남측 통일부 기능을 넘어선다. 2007년 10월 남북정상회담 준비 작업을 할 때 김양건 부장 카운터 파트는 김만복 국정원장이었다. 즉 국정원장과 통일부 장관을 합한 듯한 직책이라는 것이다.
남북이 격 문제로 기싸움을 벌이면서 당국회담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정부가 책임 있는 고위급 회담을 하려 했으면 처음부터 총리급 회담으로 제안하는 편이 나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 안홍욱·이지선 기자 ahn@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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