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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남북관계 제로시대 / 김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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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3-05-13 13:45 조회90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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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09 19:03

길이 끊어졌다. 인적이 사라진 길 위에 한숨만 남았다. 이제 남북관계는 접촉이 없는 시대로 후퇴했다. 1971년 적십자회담 이후 모든 대화가 중단되고, 핫라인도 없고, 교류가 사라지고, 소통이 부재한 순간이 왔다. 인적 교류와 남북교역을 표시하는 자리에 0의 숫자가 아프다. 1989년 시작된 남북경제협력이 사실상 중단되었다.

2010년 이명박 정부가 5·24조치를 발표하고 모든 교역과 위탁가공을 중단시켰을 때도 교역 통계는 크게 줄지 않았다. 개성공단 덕분이었다. 2011년부터 개성공단은 남북교역 통계의 99%를 차지했다. 이제 통계의 착시가 사라졌다. 남북관계 제로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개성공단 중단으로 우리가 입을 피해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123개 기업과 5800개에 달하는 협력업체의 눈물은 보이는 피해다. 다른 대안이 없다. 개성은 노동집약업종의 마지막 출구였다. 달리 갈 곳이 있으면 좋은데, 없다.

보이지 않는 피해도 적지 않다. 중국에서 위탁가공을 해왔던 의류업체들은 벌써 중국 쪽의 가공비 인상을 걱정하고 있다. 개성공단이 있었기에 중국의 위탁가공비를 억제할 수 있었다. 언제든지 개성공단으로 돌릴 수 있다는 가능성이 우리 업체가 가진 협상력이었다. 개성공단 중단으로 우리는 그런 협상력을 잃었다.

잃어버린 것 중에는 상상력도 있다. 분단을 가르는 선이 굵게 느껴진다. 분단을 가로지르는 상상력들도 멀어져 간다. 남북을 연결한 철도는 이미 녹이 슬었을 것이다. 북한을 가로지르는 가스관 사업도 허망해졌다. 남북관계 제로시대는 우리의 탈분단 상상력을 결박한다.

미국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비무장지대에 평화공원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좋은 생각이다. 그러나 진정성을 가질 수 있을까? 개성공단 재개를 먼저 말하는 것이 순서다. 비무장지대 평화공원 구상은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이미 경기도 김포에서 강원도 고성까지 지역별로 생태공원, 역사공원, 그리고 산업협력지대에 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놓았다. 2007년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서해 해양평화공원도 마찬가지다. 상상력을 실현할 현실이 있는데, 의지가 있으면 해결이 가능한데, 왜 외면하는가? 이해하기 어렵다.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도 마찬가지다. 남북관계 제로시대에 한국의 외교 구상이 얼마나 허망한지를 웅변하고 있다. 한반도가 바로 동북아의 열전과 냉전의 무대였다. 한반도 평화체제 없이 동북아 평화협력을 말할 수 있는가? 정부가 설명하는 수준의 내용은 6자회담의 동북아 평화안보체제 워킹그룹의 활동과 크게 다르지 않다. 러시아가 의장국이고, 이미 두 번이나 회담을 열었다. 한반도 평화체제를 우리가 주도한다면, 동북아 다자간 안보협력에서도 주인공이 될 수 있다. 그 반대는 아니다.

현실의 회피, 허망한 구상, 주체의 상실, 남북관계 제로시대가 낳은 담론의 풍경이다. 개성공단의 눈물은 어디에 있는가? 교역과 위탁가공, 그리고 금강산 관광 산업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겪었던 비극을 되풀이해야 하는가? 정치는 국민의 눈물을 닦아줄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이 안보의 원래 의미다. 정부를 믿고 대북사업에 나섰던 사람들이 정부의 자존심 때문에, 낡은 이념의 원칙 때문에, 전 재산을 잃고 거리를 헤매야 하는가?

길에 인적이 사라지면 잡초만 자랄 것이다. 금강산 가는 길처럼. 묻고 싶다. 북한이 변화하기를 기다리면서 남북관계의 후퇴를 방관만 할 것인가? 북한에 대한 영향력이 사라지면 강대국에 기댈 수밖에 없다. 한-미 정상회담을 보면서 다시 묻는다. 박근혜 정부는 과연 이명박 정부와 뭐가 다른가?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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