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가는 평화의 기운, 조심스럽게 내딛는 평화· 통일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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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8-01-18 10:12 조회1,113회 댓글0건본문
안김정애 (평화를만드는여성회 상임대표)
17일, 강릉에서 속초로 향하는 '평화걷기' 사흘째 일정이 시작됐다. 비 오는 아침. 눈보다 비? 뿌연 겨울안개 속에 오전 9시에 오죽헌으로 이동했다. 해설사로부터 신사임당과 율곡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기념관을 돌아보았다. 현모양처 이데올로기에 의해 잘못 덧씌워진 사임당의 일생을 다시 톺아보게 된다. 단순히 조선시대 위대한 사상가인 율곡을 낳은 어미로서가 아니라 당당하게 주체적으로 자신의 예술세계를 펼쳐 나갔던 페미니스트로서의 사임당의 삶을 조망하는 시간이다. 참석자들은 입을 모아 임진왜란 이후에나 정착되기 시작한 여성에 대한 유교적이고 가부장제적인 억압과 차별의 빈 껍데기는 가라!!!를 외쳤다.
오전 11시 속초 외옹치 해변에서부터 평화걷기가 시작됐다. 속초터미널을 거쳐 청초호수공원까지 4km 걷기. 속초시민들의 힘으로 건립한 공원내 소녀상 앞에서 다시 '12.28 한·일합의'는 무효라는 걸 떠올린다. 평화의 춤인 '원 빌리언 라이징'(One Billion Rising, 10억명이 일어나다) 군무 추기가 이어졌다.
평화걷기가 진행되는 동안 북한 삼지연관현악단 140명이 내려와 서울과 강릉에서 공연하기로 한 예술단 실무접촉에 이어 남북이 단일기를 들고 개회식 동시입장 등을 합의하기도 하는 등 평창 평화올림픽에 대한 관심과 열의가 뜨거워져서일까? <동아일보>에서 취재를 나왔는데, 혹시 평화걷기를 반미집회 양상으로 보도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가시질 않는다. 이렇게 평화와 통일의 길은 한걸음 한걸음이 조심스럽다. 청호동 아바이 마을로 이동해 점심식사 후 아바이 마을 일대를 자유롭게 걸었다. 우리에게는 '가을동화' 촬영지로 유명해졌지만 한국전쟁 때 주로 함경도가 고향인 분들이 곧 귀향하리라는 기대로 땅 한 평 사지 않고 보따리 짐을 다락방에 싸 두고 이제나 저제나 하며 기다리던 사람들의 마을이다. 주로 함경도 사람들이 많아 이들이 쓰는 사투리 '아바이'로 마을 이름이 명명된 것. 3년 전 분단70주년 프로젝트로 평화여성회에서 진행한 '월남민 여성의 목소리 듣기'에 참여했던 분단2세 여성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 오마니가 돌아가실 때까지 억척스레 중앙수산시장에서 돈 벌었는데 끝까지 다락방의 봇짐을 안 푸셨다. 나중에 보니 금 한 덩어리가 있더라. 구부리고 앉아 물고기 다듬는 일을 수십년간 하셨는데 입관하려고 하니 다리 관절이 안 펴지더라. 그래서 내가 울면서 우리 어머니 다리뼈를 부러뜨려 관에 넣었다." 삼삼오오 마을을 돌며 오징어순대와 막걸리 한 잔씩 돌리면서 분단 2세, 3세인 식당주인들에게 마을 유래와 고달픈 실향의 아픔을 들었다. 오후 5시 숙소인 국회고성연수원에 도착했다. 시공을 담당한 분이 슬쩍 귀뜸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개원한 이 건물의 원래 부지는 과거 대북특파공작원 양성소인 설악개발단이 있던 곳이다. 저녁 7시부터 영화 '하늘색 심포니'를 상영하고 영화를 제작한 박영이 감독과 카톡으로 질의 응답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이 영화는 2016년 재일동포 3세인 박 감독이 제작하였으며 국제영화상을 받기도 했다. 일본 이바라기현 조선고등학교 3학년 졸업생 11명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간 졸업여행 기록을 담고 있다. 14회 북 방문 경험이 있는 감독은 여느 재일동포처럼 어릴 때부터 온갖 차별과 억압을 받아 온 인물로 이 작품에서 과연 '조국'이란 무엇인가를 묻고 있다. 1945년 미·소 양 강대국의 대일전 전리품으로 두 동강난 한반도가 '동태적 쌍생아'인 남·북한 단독정부 수립 이후 벌어진 2개의 재일동포정책, 즉 남한의 '기민정책'과 북한의 '포섭(용)정책'을 대조적으로 보여준다. 한국은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정권 하에서 일관되게 재일동포를 조총련 대 민단의 대립구도를 끌고가면서 나아가 재일동포간첩 조작사건 등을 통해 분리하는 정책을 유지한다. 최근까지도 재일한국영사관으로부터 "아이를 조선학교에 보내지 말라"는 전화를 받았던 재일동포들. 일제 지배로부터 기인한 것이기도 하고 미국의 일본 중시 대아시아정책에도 문제는 있지만 과연 우리 민족끼리 분단 극복을 위해 서로 대화하고 타협하고 공존하려는 평화의지는 충분했던 걸까? 괴물은 어느날 하늘에서 툭 떨어지거나 땅에서 솟지 않는다. 우리 사이에서 괴물은 태어난다. 영화가 끝나고 일본에 있는 박 감독에게 참석자들은 카톡을 통해 "우리에게 조국이란 무엇인가", "평화통일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등을 묻고 답하는 시간을 가졌고 일부 참석자들은 발언대에 나와 소감을 발표하기도 했다. 못다 한 이야기는 18일 저녁 모든 참가자들의 1분 발언시간에 더 하기로 하고 사흘째 밤도 저물어 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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