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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와 통일, 세 번째 기회를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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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8-04-30 15:30 조회2,47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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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전 세계가 지켜본 문재인-김정은 판문점선언 김치관 기자 | ckkim@tongilnews.com

세 번째 기회, “이제 1년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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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평화의 집에서 '판문점 선언'에 서명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 판문점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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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7일 판문점 평화의 집 앞마당에서 '판문점 선언'을 공동 발표했다. [사진 - 판문점 사진공동취재단]

“김정은 위원장과 나는 평화를 바라는 8천만 겨레의 염원으로 역사적 만남을 갖고 귀중한 합의를 이뤘습니다.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리고 있음을 함께 선언하였습니다. 긴 세월 동안 분단의 아픔과 서러움 속에서도 끝내 극복할 수 있다고 믿었기에 우리는 이 자리에 설 수 있었습니다.”(문재인)

“오늘 내가 다녀간 이 길로 북과 남의 모든 사람들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게 되고 우리가 지금 서 있는 가슴 아픈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이 평화의 상징으로 된다면 하나의 핏줄, 하나의 언어, 하나의 역사, 하나의 문화를 가진 북과 남은 본래대로 하나가 되어 민족만대에 끝없는 번영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김정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7일 판문점 남쪽 평화의집에서 역사적인 회담을 갖고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에 서명한 뒤 온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나란히 발언대에 서 이같이 말했다. 분단의 아픔을 넘어 평화를 일구자는 우리 겨레와 민족 앞의 다짐이자 선언이다.

11년 만의 남북정상회담은 얼어붙었던 남북관계를 일거에 녹여내고 자주와 평화를 통한 통일의 거보를 내딛었다는 평가다. ‘판문점 선언’은 실로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와 2000년, 2007년 ‘남북정상 공동선언’에 이은 세 번째 역사적 합의로, 냉전 종식과 평화, 통일의 절호의 기회를 맞이하고 았음을 실감케 했다.

판문점선언의 1조 1항 “남과 북은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는 민족자주의 원칙을 확인하였으며 이미 채택된 남북 선언들과 모든 합의들을 철저히 이행함으로써 관계개선과 발전의 전환적 국면을 열어나가기로 하였다”는 대목이 의미심장하다.

판문점선언을 보노라면 노태우 정부 시기 냉전 해체기의 시대적 흐름을 타고 남북간에 합의된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남북기본합의서)와 데자뷰를 느낀다. ‘불가침 합의 재확인’은 물론 ‘다방면적인 협력과 교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치, 철도.도로 연결 등은 용어까지도 똑같다. 당시 남한은 중국, 러시아와 수교했지만 미국과 일본은 북한과의 수교하지 않았고, 한미합동군사훈련과 북한의 핵무기비확산조약(NPT) 탈퇴로 무산됐다.

김대중 정부시기 2000년 ‘남북공동선언’과 노무현 정부시기 2007년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의 내용 또한 충분히 훌륭한 것이었지만 결실을 거두지 못한 채 이명박, 박근혜 보수정권이 들어서면서 공수표가 되고 말았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여러 차례 아쉬움을 표하며 강조한 것도 이 대목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공동발표에서 “우리가 오늘 북과 남의 전체 인민들과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수표한 이 합의가 역대 북남 합의서들처럼 시작만 뗀 불미스러운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우리 두 사람이 무릎을 마주하고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함으로써 반드시 좋은 결실이 맺어지도록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문 대통령도 정상회담에서 “오늘의 주인공은 김 위원장과 나다. 과거의 실패를 거울삼아 잘 할 것이다. 과거에는 정권 중간이나 말에 늦게 합의가 이뤄져 정권이 바뀌면 실천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제가 시작한지 이제 1년차다. 제 임기 내에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달려온 속도를 계속 유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과 미국의 대통령 임기 궁합이 잘 맞지 않은 것도 외인으로 작용했다. 2000년 6.15공동선언은 그해 12월 북미 공동코뮤니케로 순조롭게 이어졌지만 빌 클린턴 대통령 임기는 끝나고 고어 민주당 후보가 대선에 패배해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연임된 뒤에야 북핵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고 남북미 종전선언까지 염두에 뒀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2007년 임기말에야 남북정상회담을 했고, 이명박 대통령이 들어서자 백지장이 되고 말았다.

아직은 젊은 지도자로 임기가 정해져 있지 않은 김정은 위원장과 5년 임기의 1년도 경과하지 않은 문재인 대통령, 아직 임기가 2년 이상 남아있고 재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손을 맞잡는다면 한반도에 찾아온 삼세 번째의 기회가 너무 늦은 한반도 냉전 종식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순서를 정확히 한 아주 성공적인 합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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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북 정상은 27일 오전 평화의집 회담장에서 폭 2018mm 탁자에 마주앉았다. 남측은 임종석 비서실장과 서훈 국정원장이, 북측인 김영철 당중앙위 부위원장과 김여정 제1부부장이 배석했다. [사진 - 판문점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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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식 환영행사를 마친 양 정상은 공식 수행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리명수 총참모장과 박영식 인민무력부장, 리영호 외무상은 곧바로 북으로 돌아갔다. [사진 - 판문점 사진공동취재단]

양 정상은 오전 정상회담과 오후 ‘도보다리’ 산책 형식의 특별한 단독 회동을 거쳐 ‘판문점 선언’에 서명했다. ‘판문점 선언’에는 예상대로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비핵화, 평화체제 구축을 담았고, 문재인 대통령의 가을 평양 방문에도 합의했다.

오전 정상회담에는 남측에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 원장이 배석했고, 북측은 김영철 당 중앙위 부위원장과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이 배석했다. 남측 공식수행원은 임종석 실장, 서훈 국정, 조명균 통일부장관, 강경화 외교부장관, 송영무 국방부장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에 정경두 합참의장이 추가됐고, 북측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영철, 최휘, 리수용 당 중앙위 부위원장, 김여정 제1부부장, 리명수 총참모장, 박영식 인민무력상, 리용호 외무상,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이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는 28일 “순서를 정확히 한 아주 성공적인 합의문이라고 볼 수 있다”며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고 신뢰구축을 하고 평화체제를 완성하는데, 거기에 걸림돌이 되는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완전한 비핵화’와 ‘한반도 비핵화’를 하겠다고 했으니까 논리적으로 잘 구성된 선언문”이라고 평가했다.

양 정상은 판문점선언에서 먼저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리었음을 8천만 우리 겨레와 전 세계에 엄숙히 천명”했다. 사실상 남북 간의 종전선언이자 평화선언인 셈이다.

첫째, 남북관계 개선에 대해서는 △고위급 회담, 각 분야 대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치 △다방면적 교류 활성화(6.15공동행사, 2018 아시아경기대회 공동진출) △적십자회담(8.15계기 이산상봉) △동해선 경의선 철도.도로 연결을 제시했다.

둘째로, 군사적 긴장상태 완화와 전쟁 위험 해소에 합의하고 △일체의 적대행위 중단(5.1부터 MDL 일대 적대행위 중지) △서해 평화수역 설정, 충돌 방지 △교류 왕래 군사적 보장 등을 위한 군사당국자회담을 개최하기로 했다.

셋째로,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불가침 합의 재확인, 엄격한 준수 △단계적 군축 △종전 선언,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 3자 또는 4자회담 개최 △완전한 비핵화 핵 없는 한반도 실현을 약속했다.

특히 양 정상은 정기적인 회담과 직통전화를 가동하고, 문 대통령이 올 가을 평양을 방문하기로 합의했다.

정창현 한국현대사연구소 소장은 “마지막까지 공란으로 남겨진 것이 3가지였는데, 비핵화 앞에 어떤 단어를 쓸 것인가, 연락사무소를 어떻게 할 것인가. 이산가족 상봉의 정례화 여부였다”며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는 다음 정상회담으로 넘겨진 것 같다”고 전했다. ‘완전한’ 비핵화와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공란이 채워졌다.

올해에 종전선언과 남북관계 제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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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북 정상은 27일 오전 9시 30분께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만났다. 김정은 위원장의 제의로 북측지역으로 넘어간 양 정상이 악수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 판문점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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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세계에 생중계된 '도보다리' 산책은 남북 정상 둘 만의 단독 회동으로 이어졌다. [사진 - 판문점 사진공동취재단]

역시 핵심 의제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양 정상은 판문점선언에서 “남과 북은 한반도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하여 적극 협력해 나갈 것”이라며 “한반도에서 비정상적인 현재의 정전상태를 종식시키고 확고한 평화체제를 수립하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역사적 과제”라고 밝혔다.

3조 3항 “남과 북은 정전협정체결 65년이 되는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ㆍ북ㆍ미 3자 또는 남ㆍ북ㆍ미ㆍ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하였다”와 3조 4항 “남과 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하였다”에 눈길이 갈 수 밖에 없다.

올해 내로 종전선언을 하고, 이후 평화협정을 추진해 평화체제 구축을 향해 나아가되, 실질적인 걸림돌이 되고 있는 북핵 문제 해결은 ‘남북의 완전한 비핵화’를 이루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은 28일 “종전선언을 금년 내로 하고 더 나아가서는 몇 년이 걸릴지 모르지만 평화협정, 그리고 평화체제로 가도록 하자는 미래의 목표를 제시한 것”이라며 “종전선언을 할 수 있는 것은 정전협정 당사자니까 미국, 중국, 남북한 4자가 같이 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올해 내로 남북미중 4자 정상이 모여 종전선언을 한다는 뜻이다.

조성렬 연구위원은 10.4 선언에 “직접 관련된 3자 또는 4자 정상들이 한반도지역에서 만나 종전을 선언”하기로 한 합의에 비해 ‘정상’과 ‘한반도지역’이라는 표현이 빠졌다고 짚고 “국제법적 효력이 있는 것도 아닌데, 꼭 정상이 만나야할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해석했다. 임 전 장관은 “미국과 중국이 이미 지지한다고 했으니까 4개국이 종전선언을 하는데, 어떤 내용으로 하느냐가 당면과제”이고,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고 진단했다.

평화협정은 종전선언에 포함된 군비감축, 핵문제 해결, 남북관계 정상화, 북미관계 정상화 등을 실현해야 도달할 수 있는 결과물이고, 유럽에서의 냉전을 종식시킨 헬싱키 프로세스를 참조하면 이 과정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관계 정상화’ 등이 얼마나 앞당겨지느냐에 따라 평화협정 체결 시간표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CVID,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북핵 폐기를 위해서는 CVIG,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북한 안전보장이 제시돼야 한다는 논지를 펴고 있다. 조 위원은 리비아의 사례를 들어 북미수교 만으로는 부족하고, 남북 간에 남북연합기구를 수립하는 ‘평화공존의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판문점선언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치 합의에 주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고위급회담 등 각 분야 대화체제 구축과 쌍방 당국자가 상주하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치, 서해 평화수역 설치, 남북 철도.도로 연결 등은 남북관계의 제도화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다 판문점선언 군사적 긴장상태 완화 조항에는 “일체의 적대행위 전면 중지”가 명기돼 5월 1일부로 군사분계선 일대 모든 적대행위가 중지되고 ‘비무장지대의 평화지대화’를 추구하기로 했다. 남북간에 군사적 충돌 위험이 가장 높은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는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우발적 군사적 충돌을 방지키로 했다. 사실상 남북 간의 초보적 종전조치로 풀이된다.

정창현 소장은 27일 “남북관계가 안정적으로 제도화하는 첫발을 떼었다는 것을 전 세계에 선언했다”며 “이것을 안정적으로 국회 비준을 받아서 ‘남북관계 기본협정’으로 하는 것이 우리 정부 과제”라고 말했다. 조성렬 위원 역시 지난 26일 전문가 설명회 패널로 참석해 국회가 비준한 남북기본협정과 더불어 “북한 체제 안전보장을 유엔 차원에서 결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결국 북한 비핵화를 포함하는 한반도 비핵화 시간표와 북미관계 정상화, 남북간 평화공존 제도화 등을 얼마나 앞당길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를 다그치고 있다면, 북미관계 정상화와 남북관계 제도화도 보조를 맞춰야 할 것이다. 단순화 하자면, 미국과 유엔의 대북제재 해제 속도, 남북간 경제협력 속도 만큼 북한 비핵화의 속도도 빨라질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어떤 용어로 직접 확인하느냐가 논점이었지만 판문점선언에서는 일단 ‘완전한 비핵화’로 한 단계 더 끌어올렸다. 물론 미국이 희망하는 CVID에 미치지 못한다는 비판도 있을 수 있지만 이후 북미정상회담의 디딤돌을 잘 놓은 것으로 평가할만 하다.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는 27일 설명자료를 통해 “북한이 비핵화 실현을 위한 책임을 다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함으로써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긍정적 여건 조성에 기여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제 세상에서 둘도 없는 좋은 길동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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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문점 선언에 서명한 남북 정상이 포옹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제 세상에서 둘도 없는 좋은 길동무가 되었다”고 말했다. [사진 - 판문점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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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숙, 리설주 여사의 가세로 만찬장이 밝아졌다. [사진 - 판문점 사진공동취재단]

전 세계로 중계된 이번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에서는 몇 가지 파격적인 장면들도 연출됐다. 김정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의 손을 이끌어 군사분계선을 넘나든 일이나, ‘도보다리’ 산책에서 30분간의 단 둘만의 대화, 만찬에 김정숙 여사와 리설주 여사의 등장, 북측 공식 수행원에 군과 외교 분야 책임자 등장 및 조기 퇴장 등이 그것이다.

무엇보다도 김정은 위원장이 종일 전 세계에 자신의 모습을 온전히 노출시킨 것 자체가 일대 사건이랄 수 있다. 문 대통령은 판문점 선언 발표장에서 “지금까지 정상회담 후 북측의 최고지도자가 직접 세계의 언론 앞에 서서 공동발표를 하는 것은 사상 처음”이라며 “대담하고 용기 있는 결정을 내려준 김정은 위원장에게 박수를 보낸다”고 특별히 언급했다.

당일치기 정상회담에서 부부동반 환영만찬이 열린 점도 각별하다. 북측은 옥류관 평양냉면을 특별히 준비했다. 공식수행단에 더해 남측에서는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우원식 원내대표,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도종환 문체부 장관 등 32명이 참석했고, 북측에서는 한광상 당 부장과 조용원 부부장을 비롯해 리택건, 맹경일, 김성혜, 리현 등 대남라인이 포함된 26명이었다. 평양공연을 했던 가수 조용필과 윤도현이 참석했고, 북측에서는 ‘현송월 사단’ 11명이 별도로 내려와 공연에 가세했다. 작은 축제의 한마당이 펼쳐진 것.

임동원 전 장관은 만찬장에서 만난 김정은 위원장에 대해 “상당히 개방적이고 실용적인 느낌을 받았다”며 “권위주의적이지 않고 권하는 술잔도 다 받고 아주 좋더라”고 호평했다. 문정인 특보도 “상당히 카리스마 있고, 그러면서도 친근하게 사람들 대하고, 나는 인상이 좋더라”고 전했다. 문 특보는 리설주 여사에 대해 “다소곳이 앉아있고, 나서지 않고 아주 얌전한 부인처럼 보이더라”고 칭찬했다.

조성렬 연구위원은 “남북 간의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이라고 본다”며 “김여정 부부장의 문재인 대통령을 바라보는 표정이 좋아하는 삼촌을 만날 때 같더라. 김정숙 여사도 리설주 여사를 끌어안는 것을 보면 예뻐하는 며느리를 대하는 것 같더라.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고 생중계를 지켜본 소감을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만찬 환영사에서 “‘길동무가 좋으면 먼 길도 가깝다’ 이런 북측 속담이 있다. 김 위원장과 나는 이제 세상에서 둘도 없는 좋은 길동무가 되었다”며 “내가 오래 전부터 이루지 못한 꿈이 있는데 바로 백두산과 개마고원을 트래킹하는 것이다. 김 위원장이 그 소원을 꼭 들어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각별한 마음을 표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다 답례사에서 “짧은 하루였지만 많은 대화를 나눴으며 의미있는 합의를 이뤘다”며 “나는 오늘 합의한 대로 수시로 때와 장소에 가림이 없이, 그리고 격식 없이 문 대통령과 만나 우리가 갈 길을 모색하고 의논해 나갈 것이다. 그리고 필요할 때에는 아무 때든 우리 두 사람이 전화로 의논도 하겠다”고 화답했다.

이번 판문점 정상회담과 선언을 지켜본 이산가족과 남북경협 종사자, 민간교류단체들의 마음도 설레였을 것이다. 이창복 6.15남측위원회 상임대표의장은 “민족공동행사까지 거론하면서 남북교류를 활성화 하겠다는 데 대해서 한마디로 고무돼 있다”며 “정상회담 이후로 미뤘던 남북해외 공동위원장 회의를 5월 중순 정도에 평양에서 갖고 6.15공동행사 등을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물론, 남북의 평화와 통일의 길이 순탄치 만은 않을 것이다. 당장 코앞에 다가온 북미 정상회담부터가 안개속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만찬사에서 “우리 앞길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고, 우리 앞에는 대단히 새로운 도전과 장애물 조성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우리는 사소한 두려움을 가지면 안 되고, 외면하고 피할 권리도 없다”고 단언했다. “그 누가 대신해 줄 수 없는 역사의 주인공”들이기 때문이다.

북미관계만 난관이 예상되는 것은 아니다. 정창현 소장은 “평화수역 구획하는 문제가 굉장히 어려운 문제라 후속 군사회담에서 난산이 예상된다”고 전망했고, 조성렬 위원은 “앞으로 핵심 요인은 중국변수와 일본변수인데, 잘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궁극적으로 남북간 통일방안에 대한 견해차도 풀어야 할 중요한 숙제다. 91년 남북기본합의서의 “쌍방 사이의 관계가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라는 규정은 2000년 6.15공동선언에서 “남측의 연합제 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 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하였다”고 좀더 구체화 됐지만 어떻게 풀려나갈 지 관심거리다. 최근 남쪽 사회에서 제기되고 있는 평화공존론과 양국체제가 민족통일론과 연합연방제와 어떻게 만날 지도 주목된다.

27일,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판문점은 잘 짜여진 한편의 드라마를 세계로 송출했고, 탁현민 행정관의 연출은 문재인-김정은 훌륭한 두 주역배우의 열정과 의지로 빛났다. 만찬장에서 오연준 군이 들려준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훈훈한 표정으로 들으며 남북 주역들의 마음 속 깊은 곳은 만감이 교차했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남과 북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그 날을 위하여” 건배를 제의했고, 김정은 위원장은 “정말 꿈만 같고 반갑다”며 “오늘 4월 27일은 역사의 새로운 출발점에서 멈춰졌던 시계의 초침이 다시 돌아가기 시작한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순간”이라고 새겼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
김광석

(전략)
꿈에 보았던 길 /그 길에 서 있네
​설레임과 두려움으로 /불안한 행복이지만
우리가 느끼며 바라본 /하늘과 사람들
힘겨운 날들도 있지만 /새로운 꿈들을 위해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곳으로 가네
햇살이 눈 부신 곳 /그곳으로 가네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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