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실현성 없는 핵무장 논의보다 농축·재처리 역량 확보에 집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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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5-04-03 12:06 조회11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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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봉근 국립외교원 명예교수가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세종연구소에서 한겨레와 만나 최근 불거진 미국 에너지부의 ‘민감국가’ 지정 사태와 한국의 ‘독자 핵무장’ 가능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미국 에너지부의 민감국가 지정 사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북핵 위협이 커지는데 우리도 독자 핵무장을 준비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2019년 2월 ‘하노이 실패’ 이후 북핵 위협이 현실화되고,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2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폭주와 대통령 윤석열이 일으킨 12·3 내란 사태 등이 겹치면서 대한민국 전체가 ‘이러다 나라가 망하는 게 아니냐’는 공포에 빠져들고 있다. 이런 극한 상황에서 미국 에너지부가 오랜 동맹국인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하는 뜻밖의 사태까지 벌어지면서 이번 일이 한-미 관계 전반에 나쁜 영향을 끼치지 않을지 불안감도 커지는 중이다. 전봉근 국립외교원 명예교수(한국핵정책학회 회장)는 지난달 26일 한겨레와 만나 “민감국가 지정 사태는 분명 한국 내의 ‘과도한 핵무장론’이 원인이 된 것”이라며 “실현성 없는 자체 핵무장 논의보다 당장 우리 경제와 에너지 안보에 필수적인 농축·재활용 역량을 갖추려는 현실적 접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 에너지부가 1월 초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한 사태부터 얘기를 풀자.
“우선 한국 정부는 사전에 몰랐으니 당황스러운 게 당연하다. 미국도 이 문제를 아주 불만스럽게 처리했다. 한국은 동맹국이고 미국과 원자력 협력을 깊이 또 오랫동안 해온 나라다. 한국 원자력을 잘 아는 미국 에너지부가 이런 중요한 문제를 사전에 통보·협의하지 않은 것은 상식적인 태도가 아니다.”
―한·미 양국 모두 이번 사태는 한국의 외교정책상의 문제가 아니라 보안 사고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문제를 일으킨 당사자와 그 기관만 처벌하고, 재발 방지책을 세우면 된다. 한국을 민감국가 명단에 올린 것은 과도한 대응이다. 그런데 미국이 명분 없이 괜히 그런 대응을 했을 리 없다. 결국 한국 내의 ‘과도한 핵무장론’이 원인이 됐다고 본다. 일반 국민들이 핵무장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크게 문제될 게 없다. 여론 조사를 하면 예로부터 60~80%가 핵무장에 찬성이었다. 특이한 변화가 시작된 것은 2022년 5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다. 윤 대통령이 2023년 1월 한국이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고 했고, 4월 미국에 갔을 땐 “1년 안에 핵을 가질 기술 기반을 보유했다”고 공언했다. 한국 정상이 ‘자체 핵무장' 발언을 한 것은 박정희 대통령 이후 처음이다. 이 발언의 효과는 두 가지였다. 첫째 미국이 그해 4월26일 ‘워싱턴 선언’에서 핵협의그룹(NCG)을 만드는 등 확장억지를 강화하는 조처를 취했다. 분명 미국의 추가 안보 조치를 압박하는 긍정적 효과가 있었다. 다른 한편에선 한국의 자체 핵무장에 대한 미국의 우려가 공식화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1월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외교부-국방부 업무보고를 받기 전 국기에 경례를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북한의 도발 수위가 높아지면 “대한민국이 전술핵을 배치한다든지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며 “만약 그렇게 된다면 우리 과학기술로 더 이른 시일 내에 우리도 (핵무기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석달 뒤인 4월28일 미국 하버드대 강연에선 한발 더 나아가 “한국은 핵무장을 하겠다고 마음먹으면 빠른 시일 내에, 심지어는 1년 이내에도 핵무장을 할 수 있는 기술 기반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제공 연합뉴스
―윤 대통령 발언이 그렇게 여파가 컸나.
“이 문제를 이해하려면 미국이 주도해온 핵 비확산 정책의 역사를 알아야 한다. 미국은 중국이 1964년에 핵실험에 성공한 뒤 더 이상의 핵 확산을 막기 위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만들었다. 이 조약이 1970년 발효되며, 핵보유국을 미·소·영·프·중 5개로 막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인도가 1974년 캐나다 등에서 들여온 평화적 목적의 핵 기술과 시설을 활용해 핵실험에 성공했다. 이는 미국에 엄청난 충격을 줬다. 미국의 핵비확산 정책은 이 사건을 전후로 급전환한다.
핵무기를 만들려면 고농축 우라늄이나 플루토늄이 필요한데, 이런 핵분열 물질은 농축·재처리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 그때부터 미국은 이 기술의 추가 확산을 철저히 차단하기 시작한다. 마침 프랑스를 통해 재처리시설을 도입하려던 박정희 대통령이 여기 딱 걸려들었다. 미국이 금지 정책을 택한 이후 농축·재처리 기술을 확보한 국가는 파키스탄·북한·이란 정도다. 미국의 동맹국·우호국 가운데 이 기술을 새로이 획득한 국가는 지금까지 없다. 한국은 1991년 ‘한반도 비핵과 공동선언’에서 ‘농축·재처리 시설을 보유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미국은 윤 대통령의 ‘1년 발언’이나 유력 정치인의 핵무장 요구 등을 보며 미국이 ‘한국이 농축·재처리, 핵개발 연구를 몰래 하는 게 아니냐’고 의심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민감국가로 지정하며 감시하게 된 게 아닌가 한다. 한·미 정부가 언급하는 보안사고가 이번 사태를 야기한 불똥이었다면, 구조적 원인은 국내에서 커지고 있는 핵무장론이었다고 봐야 한다. 보안사고를 한번 일으켰다고 이런 일이 발생하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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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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